최저임금·불황 등 각종 악재 겹쳤지만 가맹점주 오너 갑질에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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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100조 시대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불공정거래, 횡포와 오너 일가의 불미스러운 행동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미스터피자' 이우현 MPK그룹 회장의 폭행사건과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논란과 함께 최근 '교촌치킨 오너 일가의 폭행사'건까지 연이어 터지고 있다. 기업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물론 불매운동까지 일면서 애꿎은 가맹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만큼은 가맹점주에게 실질적인 피해 보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로 애먼 가맹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 여파와 불황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가맹점들은 오너리스크가 가져온 업계 평판 하락에 따라 매출 하락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오너가 임원이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 공개로 파문이 일었던 교촌치킨은 지난해 기준 1038개의 매장 중 1개를 제외한 1037개가 가맹점이다. 국내 매장은 거의 가맹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직원 폭행 사건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 운동'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교촌치킨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면 가장 매출 직격탄을 맞는 것은 가맹점주다. 가맹본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해를 보겠지만, 당장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가맹점일수밖에 없다. -
실제로 최호식 회장의 20대 여직원 성추행 혐의 보도 이후 호식이두마리치킨 전체 가맹점포는 심각한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입수한 신한·KB국민·현대·삼성 등 4개 카드사로부터 최근 3개월여 간의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점포에서 결제된 일별 카드 매출액 자료로 분석한 결과 사건 보도 직후에만 점포 매출은 최대 4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4월 정우현 MP그룹 당시 회장이 50대 경비원을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은 사건 역시, 미스터피자 가맹점이 그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정 회장은 특히 '치즈통행세', '보복출점' 등 추가 혐의가 드러나며 가맹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더 큰 공분을 사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협의회에 따르면 정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 이후 매장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30~60% 감소했고, 매출 감소에 허덕이던 매장 60여곳은 문을 닫았다.
유명 주먹밥 프랜차이즈 '봉구스밥버거'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오세린 봉구스밥버거 대표가 지난 8월 마약 복용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마약버거'로 불리며 이미지와 매출이 급락했다.
봉구스밥버거 가맹점주협의회는 마약 사건 보도 이후 일부 대학가 매장 매출은 30%나 급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점주들은 또 본사가 이 사건 이후 가맹계약서상 본사와 가맹점주 간 반반씩 부담하기로 돼 있던 광고비 지출 비중 규정을 본사 20%, 가맹점주 80%로 슬그머니 고치는 등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한 광고비까지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한열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그동안 식자재납품 등 본사의 각종 ‘갑질’에도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까 봐 오히려 가맹점주들이 쉬쉬해왔다”며 “하지만 대표의 마약 사건 보도 이후 매출이 하락했고 폐점을 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고 싶어도 양수 희망자가 없어 권리금도 사실상 날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피자에땅은 수년간 '가족회사' 납품업체를 통한 재료비 부풀리기, 통행세 부과 등의 의혹으로 가맹점의 불만을 산 바 있다. 피자헛은 가맹점주에서 마케팅 지원 명목으로 받아낸 '어드민피' 논란으로 가맹점주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지난 4일 "점주들에게 이자를 포함해 총 3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받았다.
bhc치킨은 본사의 '갑질' 행태가 심각하다며 맞서는 가맹점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 bhc치킨 가맹점주들은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고 본사와 정면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상생 협약을 위해 한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대부분의 사안에 결론을 맺지 못하기도 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의 갑질, 오너리스크 등으로 매출 하락을 감내해야 하는 대상이 애먼 가맹점이라는 점에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같이 화합해 상생해야 하는데 오너 일가 갑질을 함으로써 브랜드가 국민들로부터 쌓아왔던 신뢰를 잃는 결과를 낳는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 매출로 이어지는 만큼 이 같은 갑질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