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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택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설립을 승인받은 쿠팡은 이달 대구광역시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당분간은 자체 물량만을 소화할 계획이며, 전기차 10대를 배송에 투입한다.
택배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시장 내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에도 딱히 긴장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쿠팡의 택배 시장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올 1월부터 지난 9월 중순까지 쿠팡이 처리한 로켓배송은 약 2억 6100만건이다. 단순 물량으로만 따지면 연간 택배 물동량인 23억 상자와 비교해 작은 규모는 아니다. 업계에선 쿠팡의 자체 물량 상승률을 고려해도, 시장 환경상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이 힘겨울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현재 택배업계의 가장 큰 현안은 ‘운임 정상화’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시장 내 상위 업체들도 매년 하락하는 단가로 택배 부문 영업익이 크지 않다. 지난 8월엔 동부, KGB, 옐로우캡 택배 등 중소업체가 함께 출범한 드림택배가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택배 단가는 2009년 2524원에서 2015년 2392원, 2016년 2318원 등으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엔 2248원까지 떨어졌다.
택배 사업엔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택배사업을 위해선 전국단위 터미널, 배송 차량 등 설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최근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도급 인력을 대체할 자동화 설비를 들이느라 비용부담이 더 커졌다. 지난해만 6000억원 대 적자를 낸 쿠팡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쿠팡의 택배기사 고용 형태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현재 약 3000명 규모의 쿠팡맨을 연봉제로 직접 고용하고 있다. 타 회사에선 택배기사들을 대리점과의 계약을 바탕으로 한 개인사업자로 두고 있다.현 운임체계로는 각 택배사에서 기사를 직접 고용하기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택배 기사들은 배송 건당 책정된 수수료로 월 임금이 결정된다.
현재 평균 단가인 2300원을 기준으로 하면, 건당 800~900원이 기사에게 돌아간다. 나머지 1400~1500원은 터미널, 대리점, 상하차 협력업체 비용으로 나간다. 본사로 돌아가는 수수료는 70원쯤이다. 현 운임체계가 유지될 경우 쿠팡의 기사 고용 형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매년 떨어지는 단가로 기존 택배사도 영업이익이 낮은 상황인데, 신규 사업자인 쿠팡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당분간은 자체 물량만 소화할 것으로 보여 업계에서도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택배는 전국적으로 인력과 장비가 확보돼야 하는 사업이라, 쿠팡이 관련 인프라를 갖추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수천억 대의 적자를 내는 현재 쿠팡의 상황, 기사 직접고용 등으로 인한 비용 등 현재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쿠팡 관계자는 “사업 초기엔 자체 물량 중심으로 배송을 진행하고 추후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아직 관련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 이에 대해 평가 하긴 이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