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유휴 인력 농촌 외면 여전… 유인책도 별무신통
  • ▲ 농가 경영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일손 부족'이 꼽힌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 농가 경영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일손 부족'이 꼽힌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걱정 없이 농사짓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차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농업인들의 일손 걱정을 덜어줄 정책은 농촌 현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지난 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농촌에 대한 2017년 국민 의식 조사 결과'에 의하면, 농업인들은 농업 경영의 가장 큰 위협 요소로 일손 부족(17%)을 꼽았다. 일손 부족으로 인한 위기가 'FTA로 농산물 시장 개방(15%)', '농업 생산비 증가(14%)'보다도 더 컸다.

    '최근 1년간 일손이 부족해 영농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한 농업인 비율도 87%에 달했다.

    이처럼 농촌의 일손 부족이 심각한 실정이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농촌 일자리 지원 분야에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시행하는 사업은 ▲농촌 인력 고용 지원 ▲영농도우미 사업 등이다. 청년층을 농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농업법인 청년 인턴 고용 지원 등 사업도 실시하지만, 당장 농사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아니란 점에서 일손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그나마 농촌 인력 고용 지원 사업은 올해 총 예산 34억 원을 들여 농촌 임시·일용직 연인원 67만 명 운용이란 성과를 거뒀지만, 전국 농업 종사 연인원(1455만 명)의 4%에 불과한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농협이 2013년부터 운영 중인 농촌인력중개센터에 올해 처음으로 국비 24억원을 투입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가들이 자기 농사를 망칠까봐, 아무 인력이나 다 받으려 하지 않고 어느 정도 농사에 숙련된 작업자를 원한다. 그래서 중개센터에서는 (꾸준한 파견이 가능한) 노인단체, 아파트 부녀회에 인력 협조를 구하고 그 외에는 일반 유급 인력, 사회 봉사자, 자원봉사자 등을 중개하고 있다. 내년에는 연인원 70만 명 중개가 목표다. 지원받은 국비는 중개 전담 인력(중개 매니저)들의 인건비, 현장 파견 인력의 체류비 지원 등에 쓰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농식품부가 시행하는 영농 도우미 사업은 아프거나 다친 농업인들이 지원 대상이어서 인력 부족 문제를 뿌리뽑기엔 한계가 있다. 이 사업은 농업인이 ▲질병으로 입원 ▲사고로 상해 진단을 받거나 입원 ▲4대 중증질환(암, 심장‧뇌‧난치성 질환) 진단을 받은 경우 등에 한해 일 년 10일 이내 한도에서 영농 보조 인력을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이렇게 한시적 일손 충원으론 농사를 감당하지 못하는 농업인들이 상주 외국인 노동력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마저도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2004년부터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동남아, 러시아 등 출신 외국인이 농촌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현행 쿼터(연 6600여 명)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쿼터제 시행 당시, 농업 분야에서 최소 1만 1000명의 외국인 쿼터를 제안했다. 농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16년 기준 2만 8000여 명으로, 전국 농업인 수(240만 명)의 1% 수준이다. 

    전북 순창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하는 A씨는 "사람 손으로 열매를 한 알 한 알 따야 해서 일손이 많이 든다. 수확 시기는 정해져 있는데 마을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옆 동네에서 할머니들을 하루에 10만 원씩 주고 차로 데려오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남 나주에서 배 농사를 하는 B씨는 "농촌에 제일 급한 문제가 일손이 없는 거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데 도시에 넘치는 유휴 인력들을 농촌으로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