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과 대조
  • ▲ KTX 산천.ⓒ연합뉴스
    ▲ KTX 산천.ⓒ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노조와 상생하기보다 상전을 모시듯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대착오적인 단체협약을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현 정권 초기부터 노동계 목소리가 커지면서 언터처블(손댈 수 없는) 상태라는 의견이다.

    22일 코레일과 철도전문가,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코레일 기관사와 승무 인력은 단체협약에 따라 열차 1회 운행 때 3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게 돼 있다. 코레일 단체협약은 2009년께 체결됐다.

    여객 승무 업무는 열차 종류와 사업소별 사업량, 열차 편성에 따라 달라지긴 하나 기본적으로 승무 시간에 따라 중간 정차역에서 인력 교대가 이뤄진다.

    무궁화 열차의 경우 4량 편성은 단독 승무를 원칙으로 한다. 8량은 2인 승무다.

    5시간50분쯤 걸리는 서울~부산 노선을 예로 들면 단독 승무할 때 중간 정차역인 대전, 동대구역에서 승무원이 교대한다. 4시간50분쯤 소요되는 새마을호 경부선도 동대구역에서 인력 교대가 이뤄진다.

    고속철도(KTX)도 마찬가지다. 선로가 고속화돼 있지 않은 전라선의 경우 운행 시간이 3시간을 넘어 익산역에서 기관사와 승무 인력을 교체 투입한다.

    일부 철도전문가는 코레일의 단체협약에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포함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열차 운행 여건이 과거보다 개선된 만큼 승무 패턴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철도전문가는 "일반 열차도 크게 다를 게 없지만, 특히 고속열차는 과거와 비교하면 운행 여건이 좋아졌다"며 "달라진 여건에 맞게 승무 패턴도 바뀌어야 하지만, 노조가 힘을 받는 시대다 보니 (코레일이) 건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도전문가는 승무 시간제한이 열차 운행 안전과 직결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과거에는 열차 승차감이 좋지 않아 피로가 빨리 올 수 있으나 지금은 (선로, 열차 등이) 개선돼 꼭 그렇진 않다"며 "열차 운행도 일일이 기관사 손에 의존하지 않고 반자동운전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열차 운행이 상당 부분 프로그래밍 돼 있어 돌발상황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열차 운행이 예측 가능한 상태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가령 곡선 구간에서 기관사가 수작업으로 브레이크를 잡지 않아도 곡선 진입에 앞서 감속이 이뤄지게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는 설명이다.

    철도전문가는 "기관사나 승무 인력의 근무 여건은 열차 운행의 안전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다만 달라진 근무 여건 등은 무시한 채 과거의 잣대로 단체협약을 고수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기관사나 승무 인력의 교대는 곧 인력 수요 문제와 직결된다. 교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기준으로 인건비 비중이 매출액의 51%쯤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현재 여수엑스포역을 가는 KTX 전라선은 하루 28회쯤을 운행한다. 기관사나 승무 인력이 30분쯤 더 열차에 머문다면 굳이 없어도 될 교대 인력 28명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코레일로선 노조를 설득해 단체협약을 손본다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회 재입성을 노리는 오영식 사장이 일부러 노사관계를 껄끄럽게 가져가 잡음을 만들 리 없다는 게 철도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 ▲ 임금협약 체결식.ⓒ코레일
    ▲ 임금협약 체결식.ⓒ코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