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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초겨울이 시작되는 11월 중순. 지난 13일 지구 반대편을 날아가 포스코가 투자한 서호주 로이힐(Roy Hill) 광산을 찾았다. 그곳은 한국과 다르게 매우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는 시즌이다.
오지에 있는 광산이라 가는 길 또한 험난하다. 인천에서 홍콩을 경유해 서호주 퍼스에 도착한 뒤, 다시 2시간 가량을 국내선을 타고 뉴먼으로 이동해야 했다. 뉴먼에서도 또 한번 1시간 30여분을 버스를 타고 가야 최종 목적지인 로이힐 광산에 도착할 수 있다.
로이힐 광산에서 맨 처음 들른 곳은 무인드릴링 운영센터다. 관계자외 출입금지란 푯말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지역이란 걸 알려준다. 이곳에 들어서기 전 로이힐 관계자는 "문을 열면 마술과 같은 광경을 보게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인다.
이곳 운영센터는 무인드릴링 지점으로부터 8km 떨어져 있다. 드릴에 설치된 카메라 뿐만 아니라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어,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직접 이동하지 않고서 확인 가능하다.
무인드릴링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한 드릴에 작업자 2명이 붙어서 일했다고 한다. 현재 광산 전체에 무인화 체계가 갖춰져, 작업자 3명이서 9개의 드릴을 관리하고 있다.
로이힐 관계자는 "지난해 5월부터 점차 무인화를 늘려나가기 시작했고 올 8월에 전체 자동화를 끝냈다"며 "무인드릴링으로 생산성이 약 10% 향상됐다. 하루 평균 400~600개의 구멍을 파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사무소장은 "보통 지면에서 10m 정도는 웨이스트로 보면 된다. 이 웨이스트를 걷어내고 나면 본격적인 광석 개발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이스트란 광산에서 광석 채굴을 위해 굴삭기 작업을 할 때 버려지는 흙더미를 말한다.
그렇게 무인운영센터를 둘러본 뒤 밖으로 나오니 대형트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타이어만 해도 사람키를 훌쩍 넘어가는 이 대형트럭은 광산에서 나오는 웨이스트와 광석을 나르는 중요한 운반수단이다.
로이힐은 500톤과 300톤의 대형트럭 77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디젤 트럭들이 한달에 쓰는 경유만 해도 1200만리터에 달한다.
로이힐 관계자는 "500톤 대형트럭으로는 시간당 1100톤의 웨이스트를 운반할 수 있다. 광석 운반에 쓰이는 300톤 트럭은 시간당 650톤 정도다"며 "일본 히타치에서 제조된 이 500톤 대형트럭 가격만 해도 약 550만 달러다. 타이어 하나가 4만5000 달러니 얼마나 비싼지 대충 가늠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
광산 채굴 현장에서 처음 들른 곳은 원광석을 쌓아둔 롬2다. 여기 쌓여있는 원광석만 해도 3500만톤에 달한다. 저 멀리에선 대형트럭들이 웨이스트와 원광석을 실어 나르는데 한창이다. 먼지바람이 자욱하게 일자 그 옆으로는 물을 뿌려가며 먼지를 없애는 트럭도 보인다.
잠시 둘러본 뒤 발걸음을 브라보핏 광구로 옮겼다. 이곳에선 원광석을 파쇄기에 쏟아붓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렇게 파쇄기로 들어간 원광석은 1.2cm의 작은 크기로 바뀐다.
파쇄기 넘어로는 컨베이어벨트가 길게 놓여져 있다. 파쇄기를 통과한 작은 원광석은 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최종 제품이 만들어지는 공장으로 보내진다.
배리 사장은 "이곳에서 채굴되는 7200만톤의 원광석은 여러 공정을 거쳐 5500만톤의 철광석으로 만들어진다. 나머지 1700만톤 역시 한곳에 잘 쌓아두고 있다. 이 역시 광석이기 때문에 추후 제품화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
광산 채굴 견학을 마치고 이동한 곳은 항구로 보내기 전 품질을 검사하는 연구소다. 이 연구소에서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운반되는 철광석을 무작위로 추출해 성분 검사를 진행한다.
연구소 안에는 여러대의 로봇이 추출되는 광석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광석은 크기에 따라 분광과 괴광으로 나뉘는데, 이곳에선 한번에 괴광 300kg, 분광 112kg을 뽑아내 테스트한다.
연구소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이곳에서 고객에게 보내지는 제품에 대한 성분 검사를 철저히 진행한다"며 "로이힐에선 두 번의 검사단계가 이뤄진다. 그 첫 번째가 이곳 연구소며, 이후 항만에서 다시 한번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번의 검사를 통해 고품질의 철광석을 고객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며 "다른 광산보다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까닭에 고객들 클레임도 매우 적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생산된 최종 제품은 포트헤들랜드((Port Hedland) 항구로 옮겨진다. 로이힐은 이를 위해 철도를 건설했는데 그 길이만 무려 344km에 달한다. -
◇ 로이힐 광산 성공적인 투자로 경쟁력 확보
포스코는 메이저 철광석 공급업체들의 구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00년 중반 부터 철광석 매장량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낮은 서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의 여러 신규 프로젝트 투자검토를 진행했다.
서호주 필바라(Pilbara)는 호주 철광석 매장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양질의 철광석이 부존돼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과 가까워 중국 및 일본 철강사들의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이다.
포스코는 2009년부터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 매장량이 23억톤에 달하는 대규모 철광석 광산 개발 사업인 Roy Hill 프로젝트 투자를 검토했고, Roy Hill의 대주주인 Hancock사와 협상했다.
Hancock사는 호주 부호인 지나 라인하트가 소유하고 있는 자원 전문 지주회사다. 지난 1993년부터 Roy Hill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왔으며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와 공동투자 대상을 찾고 있었다. 이는 포스코의 안정적인 양질의 원료 확보와 원가 경쟁력 강화 의지에 잘 부합됐다.
그 결과 포스코는 2010년 초에 Roy Hill프로젝트에 1단계 투자를 거쳐서 마침내 2012년 3월 일본 마루베니상사(Marubeni), 대만 차이나스틸(CSC)과 최종 공동투자를 결정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연간 총 사용량의 26%에 해당되는 연간 1500만톤의 철광석을 확보하게 됐다. -
포스코는 단기적인 철광석 가격 변동과 관계 없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단일 광산으로는 호주 최대 규모인 로이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가동될 경우 수익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로이힐 광산개발 및 공사 관리에 전념했다.
마침내 2015년 11월 포스코 광양제철소로 수출될 10만톤의 철광석이 기차에 실려 포트헤들랜드(Port Hedland)로 운반, 12월에 최종 선적됐다.
포스코는 로이힐 프로젝트의 철광석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6년부터 철광석 할인 구매를 적용 받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로이힐 프로젝트는 포스코가 미래 고품질 철광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며 "본 프로젝트의 성공적 투자로 메이저 철광석 공급업체들의 구매 의존도를 벗어나서,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