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측 차량 임대 반대에 선회… 국토부 심사 통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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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서비스 확대가 탐탁지 않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수평 통합 논의에 악영향을 준다며 차량 임대를 꺼리자 구매로 선회한 셈이다. SR도 통합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부담스럽지만, 서비스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SR이 SRT 10편성을 추가 구매하고자 철도전문가 등에 자문하고 있다. 한 철도전문가는 "SR이 열차를 추가로 사려고 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한 관계자도 "SR이 새 열차 10편성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명을 종합하면 SR은 자문을 통해 전라선 등 기존선 운행에 최소 7편성, 최대 16편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10편성을 시작으로 단계별로 열차를 추가 구매한다는 구상이다.
열차 1량의 구매비용은 30억원쯤이다. 보통 10량 1편성이 기본이므로 10편성에 총 3000억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입찰 등을 거치면서 금액은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SR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며 신중한 태도다.
SR은 기타 공공기관이어서 열차 신규 구매와 관련해 재정 당국(기획재정부)이 아닌 국토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국회에서 SRT 전라선 등의 조속한 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SRT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SR이 사업을 본격화하면 부처 심사는 무난하게 통과할 거라는 낙관론이 많은 배경이다.
SR은 전라선은 물론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과 동해선(서울~포항)에도 SRT 투입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속차량 임대를 전제로 했을 때 경전선과 동해선은 서비스가 늦어질 거로 예상됐으나 신규 구매로 선회하면서 운행 횟수가 적더라도 서비스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량을 발주해 제작·수령하는 데 보통 3년이 걸리므로 SRT 서비스 확대는 2022년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애초 SR은 국토부의 차량수급과 운영계획 검토 요구에 고속철 매입과 임대, 운행계획 조정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세웠다. SR과 국토부는 코레일로부터 고속열차 4편성을 빌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코레일은 지난 2월 강원 평창동계올림픽의 수송 수요에 대비해 경강선에 투입할 고속차량 15편성을 샀다. 지금은 수요가 줄어 11편성을 투입하고 있다. 국토부는 올림픽 후 열차를 재조정하면서 나머지 4편성을 SRT 서비스를 늘리는 데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손명수 전 철도국장은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차량에 여유분이 생기므로 수서발 전라선 운영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이 부분을 거론하며 국토부와 코레일이 SRT 전라선 투입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
한편 코레일은 홍순만 전 사장 시절 낡은 KTX를 교체하려고 차량 24편성 추가 구매를 추진했었다가 불발에 그쳤다. 홍 전 사장이 의욕적으로 나섰으나 지난해 정권이 바뀌고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추진력을 잃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일각에선 코레일 내부의 보신주의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분위기는) 코레일에서 타당성을 입증하려고 적극 나섰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을 것"이라며 "코레일이 100% 자비로 열차를 구매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귀띔했다.
철도 업계에선 철도 안전뿐 아니라 코레일이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라도 열차 추가 구매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한 고속철도 전문가는 "SR 출범 이후 전체 고속철 이용 수요가 늘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코레일은 적자를 SR 탓으로 돌리지 말고 차량을 더 사서 중련편성으로 좌석 공급을 늘려 수익을 올리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