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대중화 이끈 냉(冷)청주 ‘청하’… 출시 30년째 14억병 팔려롯데주류 김은수 군산공장장 "13도로 도수 낮춰…2030代 젊은 고객층 영입 할 것"
-
‘소주’·‘맥주’ 그리고 ‘청하’. 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판의 모습이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무엇일까. 소주와 맥주는 ‘주종(酒鍾)’인 반면 청하는 ‘주명(酒名)’이라는 점이다. ‘청하’는 어느새 전통주 ‘청주’의 새로운 상품군으로서 30년간 꾸준히 사랑받았다.롯데주류는 최근 청하의 도수를 14도에서 13도로 낮춰 제2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저도주 열풍에 맞춰 순해진 ‘청하’로 젊은 세대를 공략해 한국 대표 주류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출시 이후 현재까지 14억 병 이상 판매되며 33년간 사랑받아온 청하의 품질력이 젊은 세대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김은수 롯데주류 군산공장장은 “역사가 깊은 청하는 충성 고객층이 있을 정도로 전국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 20·30대 젊은 고객층을 새롭게 유입해 오랫동안 사랑받는 청하로 거듭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청주의 대중화 이끈 냉(冷) 청주 ‘청하’청주는 100% 국산 쌀과 국(누룩), 물을 원료로 발효해 빚은 우리나라 전통주다. 명절, 제사 등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여기에 ‘청하’는 세련된 제품 디자인과 다양한 마케팅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마시기에 부담 없는 이미지로 청주를 대중화시켰다.전통 청주에는 ‘갑·산·신·삽·고’ 다섯 가지 특유의 맛이 난다. 단맛·시큼한 맛·새콤한 맛·떫은맛 등이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낸다. 반면 청하는 효모와 곰팡이를 조절해 산미를 강화시켰다. 한국의 음식문화가 맵고 거칠어 이와 어우러지게 신맛을 강화한 것이다. 청하의 깔끔한 맛은 생선요리와 궁합도 좋다.
김은수 군산공장장은 “청하는 ‘아스퍼질러스 우사미 뮤터튼트 시로우사미’라는 학명의 곰팡이 균을 사용해 특유의 맛을 낸다. 이 균이 열에 데워지면 청하에서 나오는 맛이 변형된다. 그래서 청하 특유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냉청하로 음용하길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
◇군산공장에서 100일을 정성스레 빚어 탄생청하의 고양은 군산이다. 롯데주류 군산공장은 1945년에 설립, 70년 간 군산 지역과 함께했다. 이곳에서 ‘청하’는 물론 ‘백화수복’, ‘설화’를 비롯해 소주 ‘처음처럼’, 정통 증류식 소주 ‘대장부’, 자연송이주 ‘양생주’, ‘처음처럼 순하리’ 등이 생산되고 있다.연간 생산량은 3만5000㎘ 규모. 이곳에서 생산된 청하는 전국을 비롯해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된다.청주의 제조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쌀을 하얗게 깎아내는 도정과정을 거친다. 도정률에 따라 술의 등급 차이가 난다. 청하는 35%, 백화수복은 30%, 설화는 52%다. 쌀의 단백질 등 대부분 영양소는 바깥쪽에 있는데, 영양이 과다하면 맛과 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도정된 쌀은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씻어내는 ‘세미’ 과정을 거친다. 이후 3~4시간 동안 물에 담가 수분을 흡수시키는 ‘침미’를 거쳐 고들고들한 고두밥으로 찌는 ‘증미’를 거친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국균을 번식시켜 좋은 코지를 만들어 고두밥과 섞는다.18일 정도 탱크에서 3차례 발효한 뒤 술지게미를 모두 제거하고 맑은 술만 떠내면 청주. 도정한 쌀의 미분 가루와 술 찌꺼기는 사료의 원료로 사용된다.김 공장장은 “술 중에 가장 만들기 어려운 술이 청주”라며 “도정부터 시작해 100일 이상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정성스레 술을 빚는다. 주정 소주와 비교했을 때도 여러모로 손이 더 많이 간다. 그만큼 소비자들도 청하를 마시면 좋은 술을 마신다는 생각을 갖을 것”이라고 전했다.
-
◇젊어지는 청하… 2030代 공략, 재도약 나선다청하는 2002년을 정점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과일 소주·저도 소주 등 업계의 전반적인 저도화 추세 속에 인기는 예년만 못하지만, 꾸준히 전체 주류 시장에서 3~4% 시장점유율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주류는 청하의 알코올 도수를 14도에서 13도로 낮춰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각오다.김은수 공장장은 “1986년 당시 청하는 알콜 16도, 소주는 25도였다. 하지만 현재 소주는 17도로 도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격에서도 소주가 360ml에 3~4000원이라면, 청하는 300ml에 5000~6000원으로 가격 경쟁력에 뒤쳐진다. 여기에 소주와 맥주가 전체 시장의 80~90%를 차지하다 보니, 자연스레 젊은 소비자가 소주로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미래 충성 고객인 2030 젊은 고객층을 잡기 위해 다방면으로 나섰다. 롯데주류는 지난 2015년 ‘청하 하이볼’과 ‘청하 소다톡’ 두 가지 상표를 출원한 바 있다. 당시 간편하고 가볍게 술을 즐길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주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경쟁사들 역시 상품을 출원을 하던 참이다.김 공장장은 “국내에서는 탄산을 넣어 청량감이 높은 맥주가 인기다. 청주에도 탄산을 넣는 ‘청하 소다톡’의 시도는 있었지만, 시판되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 제품을 개발하는 것 중 하나다. 요새 술을 만드는 기술자의 고민은 스토리텔링이다. 맛있는 술도 SNS나 구전에 따라서 인기가 좌우된다. 마케팅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