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부 장관 호통에도 9일 만에 또 사고코레일·철도공단, 부실 유지관리·시공 '조마조마'
  • ▲ 처참하게 꺾인 KTX 열차.ⓒ연합뉴스
    ▲ 처참하게 꺾인 KTX 열차.ⓒ연합뉴스
    잇단 열차 사고에 국토교통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7년 만에 발생한 탈선 사고가 개통한 지 1년이 안 된 강릉선에서 일어나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부실시공,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선로 유지보수 문제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8일 오전 7시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철도에서 KTX 제806호 열차가 탈선했다. 승객 198명을 태운 이 열차는 강릉역을 출발한 지 5분여 만에 사고가 났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열차 10량 모두 선로를 이탈했다.

    승객 14명과 사고 후 투입된 선로작업자 윤모(44)씨 등 15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승객은 모두 귀가했고 윤씨는 아직 진료 중이다.

    이번 사고로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과 이 선이 처지지 않게 수평을 잡아주는 조가선 100m쯤이 단선되고 침목이 파손되는 등 레일 200여m가 꺾이거나 휘는 피해가 났다.

    기관차 등이 T자 형태로 꺾이고 선로가 파손되는 등 현장이 아수라장인데도 탈선사고 규모에 비해 부상자가 적은 것은 일반 열차가 아니라 일체형 고속철이어서 그렇다는 분석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차량 간 연결고리가 있는 일반 열차였다면 앞에서 제동이 걸려도 뒤에서 제어가 안 돼 더 위험했을 수 있다"면서 "고속철(KTX)은 일체형이라서 탈선사고가 나도 위험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위기단계를 경계단계로 올리고 철도안전정책관을 실장으로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감독관 4명이 현장에 출동해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오후 2시30분에는 강릉시청 상황실에서 김정렬 제2차관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 김상균 철도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고 수습대책회의를 열었다. 김 차관은 "탈선사고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 빠른 복구와 안전한 운행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는 10일 오전 2시쯤 복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 ▲ 지난달 29일 잇단 열차 안전사고에 산하기관장 소집해 발언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국토부
    ▲ 지난달 29일 잇단 열차 안전사고에 산하기관장 소집해 발언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국토부
    국토부는 최근 열차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난감한 분위기다. 특히 지난달 29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KTX 오송역 단전사고 등과 관련해 산하기관장을 소집하고 코레일의 안전관리 체계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이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열흘도 안 돼 탈선사고까지 나자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상황실장인 국토부 박영수 철도안전정책관은 "사고가 난 지 얼마 안 되는데 한심하다"면서 "유구무언이다"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사고가 나자 승객 연계 수송과 부상자 파악·병원 이송 등에 치중했다고 설명했다. 우선순위를 두고 사고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 3시간20분이 지나도록 사고 열차의 기본적인 제원에 대해 파악조차 되지 않는 등 허점을 보였다.
  • ▲ 선로 벗어난 KTX 열차.ⓒ연합뉴스
    ▲ 선로 벗어난 KTX 열차.ⓒ연합뉴스
    철도공단과 코레일은 이번 사고 원인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12월22일 개통한 강릉선 KTX 열차의 첫 중대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철도공단은 강릉선이 개통한 지 1년이 안 돼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철도공단 한 관계자는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건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공상의 문제일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공사상 하자가 있었는지는 사고원인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열차 운행상의 문제가 사고 원인으로 지적될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해당 열차가 지난 2월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새로 사들인 KTX-산천 차량이어서 차량 문제는 아닐 거라는 견해가 많다. 국토부도 "사고 차량은 지난해 2월 처음 도입했고 같은 시기 사들인 15편성에서 그동안 탈선 등 큰 사고가 난 적 없다"며 "사고 개황을 고려할 때 철도차량 문제로 말미암아 사고가 났을 소지는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철도업계 일각에선 선로 유지보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겨울이 되면 선로가 수축한다"며 "레일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현재 선로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이 위탁받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