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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벨'. 한국 커피 시장이 가진 큰 특징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 커피 시장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줬던 진동벨이 '업그레이드' 과도기를 거치는 중이다. 진동벨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사이렌 오더'가 업계 전반에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사용하는 진동벨을 대체할 수단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시범 운영을 거치고 있다. 진동이 울리기를 기다렸다가, 진동이 울리면 진동벨과 음료를 교환한다. 한국인들은 진동벨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 불편함을 감수하길 원치 않는다.
하지만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진동벨을 도입할 수 없었다. 글로벌 본사에 진동벨 도입을 요청했지만 기업 이념상 거절당했다. 바리스타와 고객의 교감은 물론, 위생 문제까지 걸림돌이 됐다. 여러 사람의 손을 타는 진동벨이 위생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생각해낸 묘안은 모바일 기반 선주문 서비스다. 2014년 5월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자체 개발해 선보였던 사이렌오더는 모바일을 통해 스타벅스의 음료와 푸드 등을 편리하게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스타벅스에서는 하루 평균 8만건에 육박하는 7만8000건의 주문이 사이렌오더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일 평균 스타벅스 전체 주문건수 중 14%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이용률은 서비스 시작 이후로 현재까지 지속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지난 3월 4000만건 달성 이후 이번 5000만건 달성까지 단 4개월만 소요되며, 역대 최단기간 사이렌오더 주문건수 1000만건을 달성했다. 과거 3000만 건 달성 후 4000만건까지의 소요 시간은 5개월이었으며, 서비스 론칭 후 최초 1000만건 달성까지 걸린 시간은 28개월이었다.
이처럼 사이렌오더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이 이미 진동벨 문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이렌오더는 기다릴 필요 없이 선주문이 가능하고, 푸시 알림으로 인해 음료가 나왔음을 편하게 알 수 있다.
다만 매장에서 바리스타가 직접 닉네임을 불러주고 음료를 건네주기 때문에 스타벅스커피가 말하는 바리스타와 고객과의 교감을 해치지 않는다. 물론 개인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위생 문제도 해결된다.
이에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가 이어 '스마트 오더'를 론칭했다. 스마트 오더 역시 사이렌 오더와 같은 선주문 서비스다. 이디야 멤버스 어플리케이션을 깔면 편하게 선주문이 가능하고, 매장에서 메뉴를 바로 픽업하면 된다. -
뿐만 아니다. 사이렌오더와 유사한 '터칭 모바일 오더', '패스 오더' 등 소규모 프랜차이즈나 일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사이렌오더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개발됐다. 이들은 시범 운영을 거치는 단계로, 확산이 시작되면 많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진동벨을 대체할 수단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여파에 따라 무인점포가 늘어나고 자동화 점포가 확산되면서 향후 국내 커피 서비스 시스템은 점차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이 점점 예약, 선주문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기다림을 최소화하는 서비스에 노출되다보니 높은 효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된다.
진동벨 서비스 역시 해외 어느 국가보다 먼저, 광범위하게 확산됐던 만큼 IT서비스와 고객 편의 서비스를 접목하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한국 커피 시장은 서비스 품질 면에서 전세계 최상위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라며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이 높은 것도 있지만, IT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소비자 편의를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 구축에 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