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업계 최초 마트·편의점서 '4병(330ml) 만원' 프로모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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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가 4병에 만원이라고?”세븐브로이양평은 지난 10월부터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4병(330ml)에 만원’ 행사를 진행했다. 수제맥주 회사로서는 최초의 시도다. 수제맥주는 다품종을 소규모로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김강삼 세븐브로이맥주 대표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김 대표는 “공장장부터 영업팀까지 반대했다. 나는 '4병=만원'을 한 사실을 까먹고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회사에 말할거고(웃음). 내부적으로 말썽이 많았다”고 말했다.출혈을 감수하면서도 ‘4병에 만원’을 선보인 배경에는 수입 맥주와의 경쟁이 있었다. 국산 수제맥주 업계는 수입맥주의 저가 마케팅 공세에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 실제로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약 20곳의 소규모 양조장이 폐업했다.현재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 4캔=1만원’ 판매는 ‘종가세(가격 기준 세금 부과)’로 인해 가능하다. 신고가가 낮은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이 낮아 국산맥주가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외국에서 생산된 카스 맥주를 역수입해 신고가를 낮추면 국내에서 생산된 카스보다 가격이 더 싸지는 상황도 발생한다.반면 알코올 도수, 리터 등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적용할 경우 지금보다는 세금 부담이 줄어줄 수 있어, 보다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김강삼 대표는 “국내 맥주시장에서는 고품질의 수제맥주를 내놔도 주세 체계가 다른 수입맥주의 가격 파괴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쉽지 않다. 결국 승부수를 띄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두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춰야 했다. 우리 것만 비싸게 먹으라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종량세를 도입할 경우 국산맥주에 대한 세금이 낮아져 판매가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4캔에 1만원 수입맥주’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기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종량세를 도입(1리터당 835원 과세 기준)하면 국산맥주는 캔맥주 500㎖를 기준으로 363원 저렴해진다.김 대표는 “지금 소규모 업장은 일일 생산량이 정해져 있다.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대신에 주세를 좀 적게 내는 종량세가 도입 되길 희망한다. 그러면 저희같은 소규모 업장이 숨쉴 공간이 많아지고 수입 맥주를 방어할 수 있다. 국내맥주가 잘 되어야지 일자리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
세븐브로이는 국내를 넘어서 외국 수입맥주 업체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제품을 만든 후 가장 먼저 서울 이태원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 우리 맥주를 갖고 외국 맥주와 당당히 승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담은 셈이다.기획 과정에서 ‘지역’을 콘셉트로 잡은 것도 국내 맥주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영어 이름 일색이던 국내 맥주시장에 투박한 서체의 한글이름을 새겨넣어 소비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수 있도록 했다. 강서맥주, 달서맥주, 해운대맥주, 서빙고맥주 등 지역 이름이 들어간 맥주가 실제로도 해당 지역에서 더 많이 팔린다.현재 강원도 횡성에 있는 세븐브로이 맥주공장 생산 능력은 하루 5000~1만ℓ 정도다. 연간 100만㎘가 넘는 오비맥주나 하이트진로 생산량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품질마저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지하 450m 천연암반수를 5마이크론, 1마이크론 필터링에 두 번 걸러 맥주 제조에 사용한다.주원료인 맥아는 모두 독일에서, 홉도 독일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종류도 인디아 페일 에일뿐만 아니라 필스너, 스타우트 등 세 가지를 생산해 다양성을 추구했다. 지난 여름에는 3250평 규모의 양평공장도 준공했다. 수제맥주 생산뿐만 아니라 맥주와 함께 레저와 캠핑까지 즐길 수 있는 문화타운형 공장으로 설계됐다.
김 대표는 “내년에 제품 종류를 7개까지 늘릴 예정”이라며 “규모보다는 맛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