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침체·규제 기조 지속… "전문가 70%, 집갑 하락"지방 미분양 '산적'… "서울 안정 찾겠지만 '양극화' 심화 우려"
  •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정부의 잇단 규제로 집값이 안정을 찾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많은 입주물량이 예고돼 있는 데다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가 위축되면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서울 집값이 안정되는 동안 지방의 집값 하락은 가중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전국 입주예정 아파트는 12만4732가구로, 올해 1분기 입주 물량인 12만1195가구보다 2.92% 많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올해보다 23.7% 증가한 6만5798가구가 예정됐으며 지방은 13.3% 감소한 5만8934가구로 집계됐다.

    수도권 입주가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분양이 적체된 지방에도 적잖은 입주가 예고되면서 집값 하락이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지방의 10월 미분양은 5만3823가구로, 지난해 10월 4만5831가구보다 17.4%(7992가구)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6만502가구의 89.0%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9·13대책 등을 통해 강력한 대출규제와 종부세 인상,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서 시장 가수요를 옥죄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융·세제·청약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서 내년 주택시장은 저성장 모드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주택 거래량 감소가 동반되면서 서울 가격은 약보합, 지방은 가격 하락 등 전국적인 전월세 시장 가격 안정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년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부동산시장 전문가 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전국 주택매매가격 하락 전망은 70.5%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경우 올해보다 매매가 상승 수준은 낮지만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58.9%로 나타났지만 지방은 하락 전망이 87.5%에 달했다. 이는 공인중개사들의 하락 의견 79.5%보다 높다. 지방의 주택시장 침체 상황을 명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지방의 하락 전망 요인으로 △국내 경기침체 △입주물량 증가 △정부 규제정책 영향 등을 꼽았다.

    주택매매거래도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64.3%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거래감소 전망 응답자는 51.8%이며 지방은 77.7%다.
  • 서울 송파구 일대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 일대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이어 분양원가 공시항목 확대까지 예고되면서 집값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에서 공급하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분양가 공시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2개로 확대하는 '공공주택 분앙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1월 중 공소·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측은 "공시항목 확대를 통해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적정 가격에 주택공급이 이뤄져 국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경영연구소는 "최근 들어 주택시장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청약시장 규제, 분양원가 공개 등 지속적인 시장안정화 대책이 제기되고 있다"며 "안정화될 것 같았던 주택시장의 가격급등을 경험한 만큼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도 기존 규제 강화기조가 변화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의 미분양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117개 건설사의 내년 공급물량은 총 38만6741가구로, 2014년부터 5년간 평균 분양실적 31만5602가구보다 22.5% 많다. 올해 분양실적 22만2729가구와 비교하면 73.6% 많은 물량이다.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공급이 강제된 셈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가 지속된다면 내년 공급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이미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빠진 상황인 만큼 벌써부터 미분양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거시경제가 꺼져가는 상황에서 부동산만 나홀로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년 부동산 시장은 힘들 것"이라며 "서울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어렵지만 그 만큼 지방은 더 악화되면서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건설사들도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지하고 물량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