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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일제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빚 내서 집 산 '하우스푸어'의 이자 부담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급매물이 늘면서 집값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5대 은행(KB·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담대 평균 금리는 신규 기준 연 3.19~4.53%, 잔액 기준 연 3.20~4.54%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17년 말과 비교하면 신규 기준은 연 3.08~4.41%에서 0.1%포인트(P), 잔액 기준은 연 3.00~4.33%에서 0.2%p가량 올랐다.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은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신규 및 잔액 기준 코픽스는 각각 연 1.96%, 연 1.95%로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코픽스는 8개 국내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수신상품의 금리를 가중 평균한 값으로 변동형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게다가 코픽스 금리는 이달 중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더 오를 전망이다. 결국 주담대 금리도 인상돼 5%를 넘어설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주담대 차주들의 부담은 늘게 됐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한국 가구당 평균 이자 부담액은 연 402만원에서 496만원으로 약 94만원이 늘어난다.
특히 지난해 가계대출이 약 75조원 증가했는데 전체 증가폭은 1년 전보다 둔화했지만 주담대 증가세는 가팔라졌다.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18년 1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주담대 증가폭은 전년(37조2000억원)보다 6000억원 늘어난 37조8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데다 장기화한 저금리가 대출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말 단일 단지로 역대 최대 규모(9510가구)인 '송파 헬리오시티' 등 부동산 시장 활황기의 분양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며 잔금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게 영향을 줬다.
지난해 주담대가 크게 늘었던 만큼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 결국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과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집값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3%까지 올린다고 했기 때문에 시중은행 금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개편된 종합부동산세가 실시되면 보유세와 금리인상이 맞물려 이자부담이 커진 대출자들 사이에서 하우스푸어에 대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주담대 연체율이 아직 안정적인데다 금리인상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미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 하우스푸어는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금융시장의 큰 쇼크가 왔을 때 증가했다"며 "지금은 주담대 연체율이 1% 이하로 안정적인데다 금리인상만으로 하우스푸어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