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1.9% 감소… 코로나 이후 처음수출 13.6% 늘었지만 삼성 빼면 5.9%에 그쳐'불황형 흑자' 모습 … 기업들 2단계로 구조조정 선택
  • ▲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을 서두르는 모습ⓒ뉴데일리DB
    ▲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을 서두르는 모습ⓒ뉴데일리DB
    글로벌 경기침체가 유독 우리나라에 집중되면서 내수기업들의 매출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그나마 성장을 떠받치던 수출기업들도 심각했던 지난해 성적보다 나은 수준이어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13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 814개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보다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핏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2.8%)를 크게 상회하는 것 같지만, 수출기업 매출액이 13.6% 상승한 영향이 컸다. 반면 내수기업 매출액은 1.9% 줄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기업의 매출액을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으로 분류했을 때 수출부문은 올해 상반기 3.7% 증가했으나, 내수부문이 2.4% 감소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업종별로 보면 지주회사(-17.6%) 도·소매업(-6.5%),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5.5%), 제조업(-1.1%) 순이었다. 한경협은 지주회사의 매출 감소는 자회사 실적 부진에 따른 배당 감소, 도·소매업의 감소는 소비 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했다.

    수출기업 매출 증가도 삼성전자의 실적회복에 의존한 착시효과로 나타났다. 증가치 13.6%에서 1위 삼성전자 실적을 제외하면 실질 증가분은 5.9%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러-우 전쟁 후폭풍과 공급망 봉쇄 등으로 수출기업 매출액이 7.3% 감소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 ▲ ⓒ한국경제인협회
    ▲ ⓒ한국경제인협회
    제품 판매가 부진하자 기업들은 비용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4%로 지난해 같은 기간(2.2%) 대비 개선됐다. 이는 영업 관련 비용 비중이 지난해 97.8%에서 올해 92.6%로 최저치로 떨어진 영향이다.

    특히 내수기업은 올해 들어 매출액은 1.9% 줄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하는 불황형 흑자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진한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는데 매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용절감은 인력감축으로 이어진다. 하반기 들어 희망퇴직과 임원 연봉 반납 등 고강도 쇄신이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5년 만에 사무직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2분기 생산직에 이어 사무직까지 인력감축의 칼날 위에서 섰다. 대상은 근속 5년 이상 직원 중 만 40세 이상 또는 책임급 이상이다.

    KT는 지난 8일 28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SK온은 지난 9월 한발 먼저 직원들을 내보냈다. 롯데지주와 화학 계열사들은 임원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는 쇄신안을 내놨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늘었던 기업 투자까지 줄어든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기업 투자는 8.3% 감소하면서 2020년 이후 첫 감소를 기록했다. 기업 투자 증가율은 2020년에도 16.9% 증가했었다.

    하반기 들어 물가는 다소 안정됐지만, 고금리와 고환율 기조는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내수위축과 경기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위축과 반도체 등 주력업종 하락 사이클 진입 등으로 지금의 수출 실적이 정점이 아니냐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면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유연한 통화정책, 투자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인 경제살리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