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2단계·제2서해안고속도 예정… 수요 감소 불 보듯
  • ▲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연합뉴스
    ▲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연합뉴스
    새만금 국제공항 신설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면제 대상 사업 중 유일한 항공분야 인프라 확충 사업이다.

    공항 건설은 도로나 철도와 달리 수요가 매우 중요하다. 도로·철도는 건설해놓으면 차량·열차가 어떻게든 다니지만, 공항은 이용객이 적으면 항공사가 외면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 국제공항을 표방하는 지방공항들이 적자에 허덕이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새만금 신공항은 항공수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근의 무안공항을 비롯해 지방공항이 만성적 적자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중복 투자라는 지적이 거세다.

    정부는 새만금 신공항을 전북지역의 글로벌 비즈니스 국제공항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미군이 사용하는 군산공항을 새만금 내 공항부지로 이전·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예상 사업비는 8000억원 규모다.

    정확한 위치와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군산공항과 가까운 새만금 개발계획상 공항부지가 유력하다는 의견이다. 국토교통부가 2017년 한서대학교 컨소시엄을 통해 벌인 항공수요 연구용역에서도 새만금 기본계획상 군산 부지가 최적 입지로 검토됐다. 당시 검토 부지는 군산 부지와 화포지구, 김제공항 부지 등이었다. 연구용역은 장애물·공역 등을 고려할 때 군산 부지가 다른 곳보다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전북도는 활주로 길이를 2.5㎞로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선을 일본·중국 위주로 가져가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자동차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무안과 청주공항은 활주로가 각각 2.8㎞, 2.74㎞다.
  • ▲ 무안공항.ⓒ뉴시스
    ▲ 무안공항.ⓒ뉴시스
    정부는 새만금 신공항이 건설되면 새만금지역의 민간투자 유치가 촉진되고 마이스(MICE)·관광 등 연관산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선 인근에 무안·청주공항이 있어 중복 투자로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가까운 전남 무안공항이 유탄을 맞았다. 일각에선 정부의 선심성 정책으로 입지가 좁아져 '불 꺼진' 공항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무안공항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007년 3000여억원을 투입해 연간 519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개항했지만, 지난해 이용실적은 38만명에 불과했다. 공항 활주로는 연간 14만회 사용 가능하지만, 2016년 말 현재 이용실적은 2330회에 그쳐 활용률이 1.7%로 나타났다.

    충북 청주공항도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이용실적은 총 245만명이다. 2016년 273만명으로 정점을 찍으며 개항 후 첫 흑자를 냈지만, 이듬해 257만명을 시작으로 내리막이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여파가 큰데 돌려 말하면 중국을 제외하면 국제선 수요가 부실하다는 얘기다.

    새만금 신공항은 수요 예측부터 불안하다. 2015년 전북도가 자체 조사한 항공수요는 2025년 190만명, 2030년 402만명 등이다.

    반면 국토부가 연구용역으로 파악한 항공수요는 2025년 국내·국제선을 합쳐 67만명쯤으로 예측됐다. 2025년 67만명(국내 37만7110명·국제 29만6835명), 2035년 86만명(국내 41만9333명·국제 44만6769명), 2045년 106만명(국내 42만4973명·국제 63만2435명), 2055년 133만명(국내 43만2829명·국제 89만6540명) 등이다. 전북도가 주장하는 수요의 20~35%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마저도 더딘 새만금 개발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전제가 깔렸다.

    국토부는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전타당성 조사를 벌인다. 하지만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B/C)이 잘 나와도 막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예타에 들어가면 낙제점을 받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새만금 신공항은 수요예측부터 널을 뛰는 만큼 예타 면제라는 마술을 부리지 않았다면 예타 문턱을 넘기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이다.
  • ▲ 고속철도 신설 후 공항 이용객 감소 현황.ⓒ공항공사
    ▲ 고속철도 신설 후 공항 이용객 감소 현황.ⓒ공항공사
    새만금 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 부족은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당시 새만금 주변으로 고속도로와 철도 개통이 예정돼 있어 항공수요가 감소할 거라고 밝혔다.

    박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속철도 신설은 항공수요 급감으로 이어졌다. 김포~울산 노선은 2010년 이용객이 95만명이었으나 경부선 고속철 2단계 구간이 개통하자 이듬해 이용실적이 57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수요가 40%나 빠졌다. 이용객이 60만명 수준이던 김포~여수 노선도 2011년 전라선 고속철 개통 이후 수요가 빠져 2013년 45만명, 2016년 40만명 수준으로 내려갔다. 김포~광주 노선도 마찬가지다. 2015년 49만명이던 항공수요는 같은 해 호남선 고속철 개통 이후 급감해 2016년 26만명으로 떨어졌다.

    새만금 주변으로는 올해 4월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군산역이나 익산역으로 국내선 수요가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공항과 기차역 일부가 중첩될 수 있다"고 했다.

    제2서해안고속도로(평택~익산)도 2024년쯤 개통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부와 견해차를 많이 좁혀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앞으로 두 사업이 완료되면 호남 주변 항공수요가 더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 시절 새만금 인근에 전북 김제공항 건설을 추진, 400억원을 들여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설 곳과 가까운 곳에) 부지까지 사들였으나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감사원이 항공수요가 부풀려지고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해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한 항공전문가는 "(새만금 신공항의) 초기 수요가 있을까 의문"이라며 "수요분석을 정밀하게 해야 한다. 확장성을 고려할 순 있으나 수요를 무시하고 여객터미널을 무리해서 짓는다면 과다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뜻밖에 선전하고 있어 앞으로 정책과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수요는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현재로선 항공수요를 똑부러지게 말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