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서 4달 이상 소요경쟁국 심사도 통과해야 합병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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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절차를 마무리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내부적으로 노동조합 반발이 거센데다가 해외 경쟁국들의 견제로 인해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조 반대를 넘어서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에 이어 경쟁당국 결합심사까지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서만 4달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올해 안에 합병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노조 반발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 노조원들은 거제 옥포조선소 현장을 떠나 옥포동 시가지에서 인수합병에 결사 반대하는 거리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앞서 인수자인 현대중공업과 피인수자인 대우조선해양 노조 모두 매각을 반대해 파업을 가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전체 조합원 중 51.58%가 파업을 찬성했고, 대우조선은 92.16%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양사 노조가 경계하는 것은 합병 후 인력감축에 대한 우려다.

    현대중공업 측은 "어느 한 쪽의 희생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같은 업종을 인수하게 되면 중복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피할 것으로 노조는 판단하고 있다.

    내부적인 반발 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필수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두 회사가 합쳐지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56조1000억원)과 대우조선해양(12조2000억원)의 자산총액 규모는 2조원 이상으로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다. 

    공정위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 필요에 따라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신고 후 최장 120일 안에 공정위가 심사를 해야 한다"며 "다만, 중간에 자료 보정 등이 이뤄지면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까다로운 절차가 하나 더 남아 있다. 두 회사가 전세계 점유율 1,2위에 해당하는 조선사인 만큼 합병으로 영향을 받는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국들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한 나라에서만 반대해도 인수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기업결합 승인을 내주지 않는 시장은 포기할 수도 있으나 해당 국가에서 지속적인 견제가 들어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를 반대하는 국가에서는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면 손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굳이 손해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 한 국가에서만 반대를 해도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경쟁국들의 견제는 시작됐다. 영국의 선박평가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세계 LNG선 기존 발주 가운데 현대와 대우의 수주가 52%를 차지한다. 합병 회사의 수주 잔량은 1698만CGT(표준 환산 톤수)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21.2%까지 늘어난다.

    특히 조선강국을 노리는 일본과 중국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이미 한국 정부의 조선업 지원을 두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추진하는 등 견제를 강화하고 있어 이번 합병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유럽 쪽도 마찬가지다. 중국 역시 국영조선소가 합병을 계획 중이지만, 업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계 1,2위 조선소 합병에 반대표를 들 수 밖에 없다. 유럽 선주들 역시 경쟁 완화로 인한 선가 상승으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 건으로 일본이나 중국 쪽 업계에서 반발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우선 공정위 결합심사가 각 나라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 심사 결과를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