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이 금융위에 제청요청, 시민사회-노동계 지지표명정치권도 동참, 민병두 정무위원장 "금융공기업부터 도입해야"
  • ▲ 박창완 기업은행 사외이사 후보 ⓒ기업은행 노조
    ▲ 박창완 기업은행 사외이사 후보 ⓒ기업은행 노조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추진 중인 IBK기업은행의 노동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노동계, 시민사회, 정치권 등에서 노동이사제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면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를 제외하고 부정적인 여론은 없는 분위기다.

    2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지난 19일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과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금융권 노동이사제 필요성과 향후 방안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민병두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도입한 사외이사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제도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성과 독립성 없이 단지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어 “금융회사의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계속해서 투명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경영진에게 유리하게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그들이 이사회를 통제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약화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 위원장은 또 “노조가 이사를 추천하는 노동자추천이사제 도입으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의 공적기능에 비춰 보았을 때 근로자추천이사제를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부터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이사제란 노동자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에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것을 이른다. 기업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10조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이사회 운영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면한다. 노조에게 추천 권한은 없지만 노조가 추천해 금융위가 임면하는 것도 절차상 문제는 없다.

    기업은행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형선 노조위원장과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최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면담하고,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노조 측 의견을 전달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27일 오전에는 최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게 박창완 금융위 금융발전심의 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제안서를 전달했다. 금융위의 승인만 남은 상황이다.

    박창완 사외이사 후보는 지난 2017년 금융위 금융혁신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과 정릉신용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박 후보는 금융혁신위 위원 당시 금융회사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이를 '금융혁신안'으로 관철시킨 당사자다.

    여론은 노동이사제 도입에 긍정적이지만 금융위와 기재부만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노동이사제 도입취지는 경영진이나 대주주 전횡방지와 근로자 권익보호 두 가지"라며 "금융부문에서 노동이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야할 필요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기재부도 노동이사제보다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관하는 이사회참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금융혁신위원회는 금융위 스스로 개혁을 위해 만든 기구로 그곳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가 금융혁신안으로 채택됐다"며 "스스로 얘기한 개혁을 추진할 용기는 온데간데없고 개혁을 좌초시킬 변명만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