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유사, 가동률 증대 및 석유제품 원가 경쟁력 향상 계기 마련美-中 무역전쟁 여파, 아시아 역내 수요 위축 불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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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표적인 원유인 WTI(서부텍사스산 원유)가 중동산의 두바이유에 비해 가격이 낮게 형성돼 온 점도 휘발유 수급 붕괴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세계 원유거래에서 기준이 되는 원유는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3가지다. 이들 원유는 생산량과 거래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거래도 투명해 기준유가로 삼고있다.  

    이 중 WTI는 초경질유로 황 함량이 낮고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이 높아 고급유로 인식된다. 

    통상 WTI는 최대 선물거래소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며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가격지표로 활용됐다. WTI 가격 변동을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등이 따라가는 형식이다.  

    반면 두바이유는 황함유량이 높고 벙커C유 등 값싼 중질 제품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WTI 가격이 벙커C유에 비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미국의 경제불황 여파로 WTI 가격이 두바이유를 밑으로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이 같은 현상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저렴한 원료를 통해 가동률 증대 및 석유제품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이에 미국은 원유 및 석유제품의 거대 수입국에서 공급자로서 변모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상반기 일산 약 73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제품을 수출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약 78만 증가한 수치다.  휘발유 역시 같은 기간 14만4000 배럴 증가하며 91만 배럴의 수출을 기록했다.  

    이들 원유 및 석유제품의 경우 대부분 아시아와 중남미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미국은 자국내 셰일오일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소화하기 위해 수출 확대를 적극 장려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오는 2020년에는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수입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EIA는 미국의 산유량이 수년 안에 하루 1400만 배럴에 달한 후 2040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아시아 지역의 내수가 줄어든 점도 국제 휘발유 가격 하락에 한 몫 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수요를 더욱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내수 감소 등 이유로 휘발유 수출을 확대하며 역내 공급 확대를 불러왔다. 이에 따라 통해 싱가포르, 일본 등 주요 지역의 휘발유 재고는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유사들이 원재료를 저렴하게 공급받아 가동률을 높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으로 소비도 위축돼 재고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