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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올해 고병원성 AI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경남 창녕군(우포늪)에서 주운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H5형 AI 항원이 검출됐지만, 12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정밀검사 결과 저병원성(H5N2형)으로 확진됐다.
전문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AI가 잠잠한 이유로 오리 휴지기제 확대와 방역 강화를 꼽는다.
학계 일각에선 지난해 7월부터 철새가 머무는 러시아, 몽골, 중국 등 주변국에서도 고병원성 AI 발생이 없었다며 AI가 많이 발병한 다음 간혹 소강상태를 보일 때가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국제수역사무국(OIE) 자료를 보면 지난달 25일에도 러시아 농장에서 고병원성(H5N8형) AI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21일까지 (러시아에서) 수십 건의 고병원성 AI가 확인돼 189만5397마리를 살처분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했다.
서 교수는 올해 확대 도입한 오리 휴지기제가 효과를 본 것 같다는 견해다. 겨울철 AI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오리의 사육을 제한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충남도의 경우 지난해부터 전체 육용오리 농가 32곳 중 22곳(68.7%)에 대해 휴지기제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2017~2018년 19농가에서 3농가가 더 늘었다. 과거 AI 발생 농장과 그 인접 농장, 철새 도래지 주변의 방역취약 농가 등이 적용 대상이다.
서 교수는 "AI에 취약한 오리농장의 사육 제한을 확대했더니 고병원성 AI 발생이 없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며 "AI 바이러스가 매년 철새에 의해 새로 유입되는 게 아니라 국내 잔존 바이러스가 재발하거나 토착화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살균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생석회를 집중적으로 대량 살포한 것도 방역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을 만나면 열반응을 보이는 생석회는 살균·살충작용으로 병원균을 사멸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충남도 방역담당 공무원은 "그동안 생석회는 분말 형태로 뿌려져 차량이 지나가면 사람한테 날리는 등 위험하고 사용도 불편했다"면서 "올해는 둥글고 잔 알갱이의 과립형이 보급되고 소독 효과도 수개월 동안 유지된다고 해 예년보다 2~3배 이상 많이 뿌렸다"고 말했다. 이어 "농장 주변으로는 생석회를 뿌리고 축사 안팎을 매주 1회 분무소독 하고 있다"면서 "오리 휴지기 확대와 방역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면서 AI 발병 요인이 줄어든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이다. 서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4~5월에도 AI가 발병한 적 있다"며 "발병해도 증상이 잘 안 나타날 수 있으니 더 지켜봐야 한다. 현재 관에서 하는 검사를 대학 연구소 등에서도 할 수 있게 해 이중삼중으로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