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다른 정책에 ‘갈피’ 못잡아… 장기투자 축소 우려중견련·상장사協 반발 조짐
  •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데일리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데일리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정부의 태도에 중견기업이 뿔 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대 그룹에 이어 재계 순위 11이하 중견기업에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아서다. 겉으로는 혁신성장을 위해 중견기업을 육성에 앞장서고 있지만, 속으로는 제재만 늘리고 있는 모양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김상조 위원장은 최근 벨기에·세르비아·독일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하며 동행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재계순위 11위 이하 기업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지나면 중견기업이나 하위그룹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위해 공정위는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에 현행 법에 어긋난 내용 등을 적극 제공하겠다”고 언급했다.

    공정위는 중견그룹과 하위그룹 기준을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으로 설정했다. 재계 11~60위권 기업집단이 해당한다.

    중견기업 집단은 공정위원장의 스튜어드십 코드 언급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책이 오락가락해 기업경영이 ‘갈피’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중견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제2차 성장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중견기업 특별법’에 근거한 이 계획은 향후 5년간 해당 기업집단의 재도약을 위해 실시하는 중장기 로드맵이다. 골자는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과 투자 등에 관련된 규제를 줄여 지속성장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이 로드맵과 달리 김상조 위원장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은 중견기업을 경영활동을 억압하는 악재다. 이로 인해 중견기업계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최근 들어 중견기업과 관련해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뿐만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와 상법개정 등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정부가 앞장서 혁신성장을 위해 중견기업을 육성하자고 했는데, 계속 제재만 하는 속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을 활성화를 위한 국내 유일의 법정단체인 중견기업연합회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정부에 관련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가 주요 회원사인 상장회사협의회와 함께 한다.

    이 단체는 중견기업 집단에서 대규모 투자를 실시해야 하는 R&D 관련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봤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이익의 대부분을 투자에 써야 하는데, 자본잉여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배당금으로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견련은 “중견기업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용되면 지속성장을 위한 자본축적이 사실상 어렵다”며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는 단기성과에 따른 고배당을 원한다. 기업은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조직인데 눈앞의 실적에만 집중해 장기·대규모 투자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위협에 관한 우려도 나온다. 장기투자 미실시로 향후 이익이 줄어 배당금이 줄어들면 연기금 등이 기업 대표를 소송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서다. 

    중견련 관계자는 “외국 사례를 봐도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는 부정적인 결과가 많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겠다면 정부는 연기금과 기관투자자가 기업경영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나타나지 않도록 확고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