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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의 절반 이상을 국내 주택 부문에서 만들어오던 롯데건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당장 높은 주택의존도에서 탈피해야 하는 체질 개선의 목적도 있지만,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정부 및 그룹 차원의 해외진출 모색이 겹치면서 이에 발맞춰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주택사업을 위한 현지 개발법인 설립을 마쳤다.
롯데건설 측은 "이번 베트남, 인도네시아 개발법인 설립으로 종합 디벨로퍼로서 도약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단순히 시공만 하는 단계를 넘어 사업의 기획‧투자‧금융조달‧건설‧운영까지 프로젝트의 모든 영역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의 적극적인 해외 행보에는 하석주 사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사장은 2019년을 '글로벌 롯데 원년'으로 선언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추진해왔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하는 롯데건설은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며 "동남아시아에서 빠른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즉생(死則生)'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에서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 체질 개선을 이루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롯데건설의 해외사업 확대는 국내 건설경기 위축과 맞물려 있다. 현재 국내 주택경기는 고꾸라지고 있고, SOC투자 역시 감소세에 있다.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롯데건설로서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국내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아 주택경기가 급락할 경우 사정권에 있을 수밖에 없다. 롯데건설 주택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60.7%로, 10대 건설사 중 가장 높은 곳 중 하다.하 사장은 연초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모두 매출 6조원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중동에 비해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주요 거점으로 삼고, 빠른 정착을 위해 다양한 현지 사업자와 업무협약 등을 체결하면서 해외사업 확장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 푸끄엉(Phu Coung)그룹과 '웨스턴게이트 MOU'를 체결했다. 본 사업은 베트남 호찌민 빈떤 지역에 상업시설 및 학교를 비롯해 아파트 5개동·3018가구와 대규모 판매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푸끄엉 그룹은 호찌민에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중견 디벨로퍼다.
또한 최근에는 베트남 건설부 산하 건설연구소(IBST, Vietnam Institute for Building Science and Technology)와 건축‧토목‧환경 분야 기술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이를 통해 양국 건설시장에 대한 정보 공유, 건설기술 향상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베트남 내 건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상호협력 등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박순전 롯데건설 기술연구원장(상무)은 "해외건설 프로젝트의 성공은 현지화에 달려 있으며 현지화의 기반은 기술에 있다"며 "이번 MOU 체결 및 상호 이해를 위한 기술 교류와 협력이 동남아 거점 국가인 베트남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향후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밑거름이 돼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해외사업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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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9월 '한-인니 비즈니스·투자 포럼'에 참여, 바산타 이노파크(Vasanta Innopark) 투자협약서를 체결했다.
본 프로젝트는 롯데건설과 인도네시아 VIP(Vasanta Indo Properti)그룹이 공동개발하는 복합개발사업이다. 자카르타 동쪽 브카시(Bekasi) 내에 아파트 6532가구와 점포형 주택‧콘도‧오피스‧쇼핑몰‧호텔‧레지던스 등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롯데건설은 이 중 1단계인 아파트와 점포형 주택에 우선 참여하며 2단계는 참여 검토 중이다. 1단계 사업비는 약 3700억원이다.롯데건설 관계자는 "복합개발 및 인프라 구축 등 롯데건설이 보유한 여러 사업 경험과 전문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자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최근 다수의 MOU를 체결했다"며 "앞으로도 전략 국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물론, 글로벌 건설시장 진출을 위해 기반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인도네시아에서는 2015년 수주한 1197가구 규모의 아파트 '코타카가블랑카3' 프로젝트가 3월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275㎿급 Riau 가스복합화력 발전소가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는 등 가시적 성과도 가두고 있다.
롯데건설 내부에서도 해외 전문가 양성, 구성원들과 비전 공유, 품질향상 시공방안 교육, 해외사업부 강화 등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의 해외 신규수주액도 크게 늘었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해외수주액은 모두 6억달러로, 전년 2억달러보다 2.52배 급증했다. 2011년 7억달러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최근 10년간 롯데건설의 해외수주액은 평균 4조원대다.
그룹 차원의 지원도 향후 해외시장에서 외형 확대를 이루는 데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베트남에서 롯데자산개발이 시행하는 롯데몰 하노이, 에코스마트시티 사업의 시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발주하는 4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에도 참여한다. 이 사업은 그룹이 추진하는 단일 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롯데건설이 수주할 경우 적지 않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은 지난해 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를 일주일 동안 돌아보면서 그룹 관련 사업들을 점검하기도 했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주택 부문 위주의 신규수주가 확대됨에 따라 그룹 수주 비중은 감소세이지만, 최근 3년간 평균 1조5000억원 안팎의 그룹 공사 수주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롯데쇼핑 발주 쇼핑몰과 백화점·마트 공사 및 롯데케미칼의 플랜트 공사 등에 대한 그룹의 투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계열 매출기반은 향후에도 사업안정성을 제고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편, 업계에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국가 순방에 따른 '해외수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아세안 3개국 순방을 통해 시장 진출의 발판을 확보하고 인프라 사업 및 민간 교류 등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우 해건협 실장은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은 친중 성향을 지닌 국가들이 많아 중국이 수주를 도맡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대통령 순방으로 협력 물꼬를 터 중국의 물량 공세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