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전 고대 총장, 이사회 의장 유력… “경영진 견제·비판 순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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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등을 들며 재선임에 반대했지만, 지분부족으로 연임을 막지 못했다.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27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제28차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한 정관 변경 등이 논의돼 모든 상정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은 30분 만에 끝났다.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SK㈜ ▲SK하이닉스 ▲SK C&C 등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돼 이듬해 3월 그룹 지주사인 SK㈜ 등기이사에 다시 이름을 올렸고, 올해 재선임됐다.그러나 재선임 과정은 2016년에 이어 올해도 순탄하지 않았다. 당시 국민연금은 최 회장이 유죄판결 받았던 전력을 들어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올해도 주총 전날인 지난 26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수탁자 책임전문위는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의 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고 판단해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단, 국민연금의 SK㈜ 지분은 8.4%로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가진 지분 30.88%를 넘어서지 못했다. 최 회장은 2022년 3월까지 사내이사직을 수행한다.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은 “최태원 회장은 지난 3년간 사내이사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글로벌 성장동력을 다수 확보했다”며 “또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을 이끌며 SK의 구심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과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됐다. 아울러 SK㈜가 지난 5일 이사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회 이사 중 1명이 의장을 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그간 최태원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작을 겸직해왔지만, 이제 대표이사 역할만 수행한다.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은 정해지지 않았다. SK 측은 향후 열릴 첫 이사회에서 의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재계는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된 염재호 전 총장이 의장직을 맡을 것이 매우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국민연금은 염 전 총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염재호 전 총장이 최 회장과 특수한 관계라는 점을 들며 반대했다.그는 최 회장과 신일고 및 고려대 동문이다. 염 전 총장이 최 회장의 6년 선배다. 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생 출신으로, 재단 지원을 통해 미국 스탠포드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장동현 사장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기업운영을 책임지는 경영진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하고 비판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의 대표성을 가지는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한편, 최태원 회장은 중국 보아오포럼 참석으로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장동현 사장이 주총을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