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기준 순이익 2조원대 반토막… 1분기 '적자' 가능성중국 추격 속 아이폰 판매 저조까지… 상반기 전망도 불투명
  •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반토막에 불과한 순이익을 내며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에 불어닥친 위기감을 실감케 했다. 올 1분기에는 적자전환이 유력시되며 반도체와 함께 '어닝 쇼크'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8조 6535억 원의 매출액에 1조 263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 기준으로 보면 전년 대비 62% 넘게 감소했다. 지난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액은 30조 1114억 원, 순이익은 3조 3528억 원 수준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해외법인과 종속법인들을 합한 규모로 따져도 지난해 부진은 비슷한 수준이다. 2017년 4조 6457억 원 규모였던 순이익은 지난해 2조 2383억 원으로 52% 가까이 줄었다. 말 그대로 순이익이 반토막 난 셈이다.

    올해는 1분기를 기점으로 적자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감소에 주된 요인으로 꼽으며 이 같은 상황이 적어도 상반기 내에는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2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해 자회사로서 디스플레이 사업을 맡고 있어 실적 감소의 영향을 고스란히 모회사에 전해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 부진은 올 1분기 적자의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2배 넘는 성장을 이어오며 특히 중소형 OLED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섰던 삼성디스플레이가 1년 만에 절반 수준인 실적을 낸데는 그만큼 글로벌 디스플레이업계에서 부침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는 점이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에게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했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중국업체들이 스마트폰용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생산을 늘리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강점을 갖고 있는 OLED시장을 빠르게 대체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OLED보다 가격이 저렴한 LCD 패널 채택이 늘며 타격이 불가피했다.

    미국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판매 부진도 한 몫했다. 혁신없는 '아이폰'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 또한 동반 부진을 겪어야했다.

    LCD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도 중국의 추격을 막기는 어려웠다. 중국업체들이 막대한 물량공세를 펼치며 LCD 판가 경쟁을 부추긴 덕에 글로벌 점유율을 2% 가까이 뺏긴 상태다. IHS마킷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LCD패널 점유율은 30%에서 28%로 떨어졌고 떨어진 점유율 2%를 중국업체들이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고전이 우선 올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의 충격은 어쩔 수 없는 수준이지만 2분기 들어서는 가동률이 개선되며 적자폭을 축소해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하반기에는 해외 대형 거래선인 애플이 신제품을 낼 계획이 있어 물량이 회복될 희망이 있지만 이마저도 중국업체들과 나눠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시리즈의 판매 호조 등 좋은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업체들과 물량과 가격으로 경쟁해야하는 근본적인 상황의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등 미래 먹거리 대비도 분주한 상황"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