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 희비 엇갈려건설기계 시장 호황인 반면 조선업은 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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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돼 홀로서기 중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일렉트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회사 분할 2년째를 맞았지만, 업황 차이로 실적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에도 서로 상반된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건설기계 시장은 호황기를 맞고 있는 반면, 조선업 불황은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은 4개 법인으로 쪼개졌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사업부문만 남겼고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로보틱스(로봇·투자 부문),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 부문),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부문)가 떨어져 나갔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가 되고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이 자회사로 편입됐다. 2017년 8월 각 법인 간 현물출자와 유상증자를 거쳐 현대로보틱스는 다시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지주로 이름을 바꿨다.

    분할 후 첫 실적에서 3개사는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으나, 일시적 비용이 사라지면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중국 건설경기 호조로 실적을 개선했고, 지주사 역시 연간 기준 견조한 실적을 유지 중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7조2636억원, 영업이익 8686억원을 기록했으며, 1분기에는 유가회복과 글로벌서비스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도 중국시장 경기 부양에 따라 올 1분기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일렉트릭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일렉트릭의 실적 개선이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북 경협사업 기대감 약화와 중동 플랜트 시장 부진으로 주가도 하락한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일렉트릭은 분할 상장된 이후 업황 악화로 외형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00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고, 2017년 101%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54%까지 올라갔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일렉트릭 지분을 매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현대일렉트릭 지분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34.74%에서 37.74%로 끌어올렸다. 실적 부진으로 인한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일렉트릭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단는 분석이다. 현대일렉트릭이 선박용 기기를 납품하는 만큼, 대우조선까지 편입되면 수주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 관련 첫 회의를 열고 8주간의 실사에 들어갔다. 이후 오는 5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를 중간지주사인 가칭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할 계획이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합병 완료를 위해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경쟁국들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경쟁국들은 한국 조선사의 독과점을 우려해 기업결합 승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는 엄격한 심사를 예고했고,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도 기업결합을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평가4실 수석연구원은 "향후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심사가 지연되면서 사업적 제약을 받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나 미국, EU 등 보수적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결합심사 결과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