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특사경 이어 한투證 문제로 양측 갈등 지속 부담중징계 강행 금감원, 위법 아니라는 금융위 관철 가능성 관심금투업계 "관행에 중징계 가혹"…금감원 "제재심 당일 결론낼 것"
  • 금융감독원이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사건을 다시 심의한다.

    금감원과 금융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운영방식을 놓고 감정소모를 해온 상황에서 한투 징계 수위와 관련한 의견까지 극명히 엇갈리자 업계는 금감원의 판단과 행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일 금감원에 따르면 한투 발행어음 부당대출과 관련한 제재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기존 중징계 조치안이 다시 상정된다.

    금감원은 한투 종합검사 당시 발행어음 자금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흘러 들어간 것에 대해 사실상 '개인대출'이라는 의견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조치안을 꺼냈고, 이를 사전 통지한 상태다.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제재심에서 두 차례 논의를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고, 2월 제재심은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만큼 시간이 상당부분 흘렀다.

    금감원 역시 이같은 부분을 의식하며 "법률 검토 작업이 끝나 제재심이 열리는 것인데 가급적 당일 결론이 나기를 바란다"면서도 "기존 조치안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금감원은 한투에 대한 중징계 안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까지는 난관이 많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금융위원회와의 갈등이 극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의 자문기구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이미 한투의 발행어음 문제를 '혐의없음'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감원이 금융위 자문기구의 해석을 무시하고 중징계안을 밀어 붙일 경우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커질 수 있다.

    특히 금감원 제재심에서 제재 여부와 수위가 결정되더라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제재가 확정되는 만큼 금감원의 중징계 강행은 양 기관의 관계를 급냉시키는 결정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양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와 관련해 충돌한 바 있다.

    증선위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결과 상정한 중징계 조치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감리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보완을 요청했다가 금감원이 거부하자 재감리를 명령한 바 있다.

    업계가 한투 제재심을 제 2의 삼바사태 재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특사경과 관련해 금융위와 앙금이 여전히 남은 상황도 부담이다.

    금융위는 오래전부터 특사경을 추진해온 금감원의 행보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여왔지만 결국 문턱을 대폭 낮춰주게 됐다.

    특히 금융위는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상반기 중에 금감원 직원을 특사경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처음에 보고했다가 법사위 소위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한달 안 운영'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압박에 금융위가 움직인 것인데, 여전히 금감원 내 기존 조사 조직과 특사경 수사조직 간의 정보교류 차단(차이니즈월)에 대해 이견을 보인다.

    특사경 조직 위치를 금감원은 본원 내에, 금융위는 본원 밖에 두는 주장을 서로가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투 제재와 특사경 추천권과 관련해 금융위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신중한 태도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그러나 특사경과 관련해 여전히 양 기관의 갈등은 남아있다.

    결국 한투의 징계 수위에 따라 갈등은 기폭될 수도 해소될 수도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투의 중징계 결정이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불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금감원이 해결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SPC를 통한 대출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는 한투의 중징계안에 우려를 나타낸다.

    한투 역시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SPC라는 '법인'에 투자한 것으로 개인대출이 아니고, 기업금융 업무의 하나로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SPC를 통한 TRS 거래는 증권업계의 관행으로 대다수 증권사에서 이뤄지는 거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TRS거래는 거래수단 가운데 하나의 관행으로, 위법이 아니다"라며 "통상적으로 TRS거래와 관련해서 당국에서 별도의 제재는 없었고,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통해 TRS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TRS 계약에 따른 소유권 및 주주로서의 권리는 SPC에 있기 때문에 이번 계약 역시 최태원 회장 개인에 대한 대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이번 거래를 한국투자증권과 최태원 회장 개인의 거래로 보게 되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수행됐던 증권사의 모든 SPC 대출이 불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