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부회장 "대한항공 지원 3가지 측면에서 어렵다""형제도리일 뿐"… 백기사설 차단
  • ▲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그룹 회장이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을 지켜보고 있다.ⓒ뉴데일리
    ▲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그룹 회장이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을 지켜보고 있다.ⓒ뉴데일리

    한진家 막내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그룹 회장이 맏형인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형제간의 마지막 도리를 다했다. 다만 대한항공 지원은 3가지 측면에서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16일 오전 6시30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 및 발인이 진행됐다.

    발인이 끝난 직후 기자는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그룹 회장에게 인사를 하고 “대한항공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 계획이 있으신가요”라고 수 차례 질문했다.

    이내 조 회장은 고개를 돌리며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어떠한 대답도 직접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전날 모 매체와 전화 인터뷰를 했던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및 메리츠화재 부회장을 직접 만나 다시 한번 조 회장의 의중을 확인했다.

    메리츠금융지주그룹에는 부회장이 2명 있으며, 지주와 화재를 맡고 있는 김 부회장과 메리츠종금증권 최희문 부회장이 있다. 지주 부회장까지 겸하고 있는 김 부회장이 조 회장의 뜻을 대신 전달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한진그룹(대한항공) 지원에 대해 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3가지 측면에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것은 조 회장이 미리 언론에서 취재가 들어오면 자신의 뜻을 대신 전달하라고 했다는 것임을 강조했다.

    우선 그는 “메리츠금융그룹은 금융 그룹으로서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파왔다”며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정호 회장은 2002년 아버지로부터 동양화재, 한진투자증권, 한불종합금융의 지분 일부를 상속받았으며, 금액은 당시 가치로 650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메리츠금융지주그룹은 견조한 성장을 거두며 1조원대 금융전문그룹으로 컸다. 아버지의 유언을 충실히 따르고 가업을 이끌어온 것이다.

    또 김 부회장은 “제도적으로 금산분리 원칙에 의해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에 투자할 수 없다”며 “때문에 한진그룹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기업집단 금융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 자격으로도 투자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럴만한 경제적인 여력도 없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2014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과정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보유 중인 주식 담보대출로 15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그만큼 다른 재산을 보유하지 않고 금융에만 올인하고 있어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형편이 안된다는 얘기다.  

    한진그룹 4형제는 지난 2002년 아버지인 조중훈 창업주의 별세로 상속 관련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결국 계열분리된 이후 조정호 회장은 18년여만에 고인이 된 큰형을 보러 온 것. 형제간 갈등으로 그동안 왕래를 하지 않았지만, 큰형의 별세 소식에 빈소를 차린지 이틀만인 지난 13일 조문을 했고, 오늘 발인까지 지켜본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형제간의 마지막 도리를 다한다는 차원이며, 관계 개선 또는 화해 무드 조성의 시그널로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는 게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

    한편, 한진그룹은 갑작스러운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상속세 마련 및 경영권 방어에 빨간불이 켜졌다.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2.34% 밖에 갖고 있지 않다.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이 보유했던 17.84%를 상속받지 않으면 경영권 방어가 어렵고, 상속 받더라도 최대 20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그룹에서 가장 형편이 괜찮은 메리츠금융지주그룹이 백기사 또는 흑기사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작은아버지인 조정호 회장 측에서 확실하게 각자도생을 강조하며 선을 그어, 한진그룹의 경영권 방어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가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