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부터 LNG선 발주 쏟아질 전망…국내업체들 물밑 경쟁 예고대우조선 인수 여부, 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 관건
  • ▲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노르웨이 크누센사에 인도한 LNG운반선.ⓒ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노르웨이 크누센사에 인도한 LNG운반선.ⓒ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때아닌 고민거리가 던져졌다.

    LNG(액화천연가스)선 대규모 발주를 앞두고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성공의 최대 관건인 글로벌 경쟁국들의 독과점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다르면 올해 2분기부터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선 발주가 무더기로 쏟아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도 지난해 LNG선을 싹쓸이한 만큼, 올해도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 행진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조선 3사의 주력 선종은 LNG선이다. 지난달 기준 3사가 수주한 선박 25척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LNG선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이 7척으로 LNG선종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고 대우조선해양이 4척, 현대중공업이 3척으로 그 뒤를 이었다.

    조만간 일감 확보를 위한 조선사들의 물밑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르면 이달 안으로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진행하는 LNG 개발 프로젝트에 미국 자원개발업체 애너다코페트롤리엄 등이 약 16척의 LNG발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러시아 북극 연안에서도 쇄빙LNG운반선 15척이 발주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 국영석유회사는 최근 러시아 즈베즈다조선소와 북극 2차 프로젝트에 사용될 초도선 계약을 확정하고 오는 6월 파트너 조선사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북극 2차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 진행된 야말 1차 프로젝트의 후속작업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1차 프로젝트 당시 발주된 쇄빙LNG운반선 15척을 모두 수주한 바 있어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로리엄도 올해 안으로 60척 규모의 LNG운반선 발주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해 100여척의 LNG선 발주를 전망하고 있다. 이후에도 연간 70여척 이상의 발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LNG 발주가 늘어나게 된 건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부터다. 선주들은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저황유나 탈황장치를 설치하거나 LNG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결국은 LNG 연료 추진선이 궁극적인 대안이다.

    여기에 LNG선 가격도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LNG운반선은 17만4000m급이 1억8500만달러로 지난해 2월 최저점인 1억8000만 달러를 찍은 후 1년 새 3% 가량 지속 상승 중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가 LNG선에 기대감을 걸수록 글로벌 경쟁국들의 견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쟁국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LNG선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다. 조선업계가 LNG선 수주 낭보에 마냥 즐거워 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에서 발주된 대형 LNG 운반선 65척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이 25척, 대우조선이 18척을 수주했다. 두 회사 수주 물량을 합치면 43척으로 전체의 60%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오는 6월부터는 EU, 미국, 중국, 일본 등 10개 국가에 결합심사를 신청한다. EU의 경우 사전 접촉 절차를 통해 이미 실무 접촉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여부는 사실상 해외 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노동조합 반발 등은 타협점을 찾아 해결할 여지가 있지만, 해외 독과점 문제는 협상 자체가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경쟁국의 기업결합심사 통과 확률을 50%로 언급한 것도 보는 관점에 따라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합병이 무산될 확률을 절반으로 본 것은 결코 낮은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통과 여부"라며 "한국 조선사들은 LNG선을 싹쓸이 하면서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지만, 경쟁당국들의 독과점 우려가 커지면서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