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1분위-상위 5분위 지출격차 3.7배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 110만원 써 '적자살림'최저임금 인상-일자리 감소-지출 감소 '소득주도 逆성장'통계청 2018년 가계동향조사 지출부문 발표
  • ▲ 점심 한 끼도 버거운 서민들.ⓒ연합뉴스
    ▲ 점심 한 끼도 버거운 서민들.ⓒ연합뉴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도 지난해 소비 양극화가 오히려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저소득층의 일자리 한파로 이어지면서 세금을 빼고 소비의 원천이 되는 가처분소득(실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소득주도 역성장이 일어난 셈이다. 특히 전체 가구의 16.6%에 해당하는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지난해 109만7000원을 써 적자 살림을 면치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3만8000원이다. 1년 전보다 0.8% 감소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2.2%가 줄었다. 이는 소득세 등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것이다.

    항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14.4%), 음식·숙박(13.8%), 교통(13.7%), 주거·수도·광열(11.2%) 순으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1년 전보다 교육·교통 등은 줄었지만, 오락·보건·가정용품 등은 늘었다.

    2017년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가구소득 규모별 월평균 지출액을 보면 100만원 미만 가구는 109만7000원을 썼다. 전체 가구의 16.6%를 차지하는 최하위가구는 지난해 번 것보다 쓴 돈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지출비중은 식료품·비주류음료(21.1%), 주거·수도·광열(21.0%), 보건(10.5%) 순이었다. 증감을 보면 특히 교육비 지출이 1년 전보다 42.9%나 줄었다. 통신비도 전년보다 8.8% 감소했다.
  • ▲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전년대비 증감률.ⓒ통계청
    ▲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전년대비 증감률.ⓒ통계청
    전체의 13.8%인 월소득 100만~200만원 미만 가구는 156만9000원을 지출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17.8%), 주거·수도·광열(17.3%), 음식·숙박(12.4%) 순으로 지출비중이 높았다.

    전체 가구의 5%인 월소득 600만~700만원 미만은 374만7000원을 썼다. 교통(15.2%), 음식·숙박(14.1%), 식료품·비주류음료(13.0%) 등의 순이었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는 459만5000원을 지출했다. 차상위 가구와 마찬가지로 교통, 음식·숙박 등의 지출비중이 컸다. 700만원 이상 가구는 1년 전과 비교해 오락·문화(8.7%) 지출은 증가한 반면 의류·신발(10.4%), 주류·담배(8.6%) 지출비중은 감소했다.

    소득분위별로 살펴보면 △1분위 115만6541원 △2분위 175만9682원 △3분위 242만1320원 △4분위 306만6794원 △5분위 428만3295원 등이다. 소득수준 하위 20%인 1분위와 상위 20%인 5분위의 소비지출 격차가 3.7배로 나타났다. 1분위는 1년 전보다 0.9% 증가하고 5분위는 1.1% 감소해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양극화는 여전했다. 저소득층인 1분위 소지지출은 주거·수도·광열비 23만6401원으로 1년 전보다 8.6% 증가했다. 교통비도 7.5%가 늘었다. 주거비 등의 부담이 지출 증가로 이어져 실질적으로는 허리띠를 더 졸라맨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5분위는 오락·문화비와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각각 12.2%, 5.7% 늘고 교통비는 6.5% 줄었다.

    통계청은 12개 세부항목별 지출분석에서 교통비는 자동차 구매 감소, 교육비는 학원·보습교육 감소를 각각 원인으로 봤다. 저소득층은 불경기에 기본적인 주거·의료비 부담이 커지자 자녀 학원과 통신비부터 줄였고, 고소득층은 문화·오락비 대신 자동차 구매를 줄이는 식으로 살림했다는 얘기다.

    가구원 수별 소지지출은 1인 가구(142만원)와 4인 가구(381만원)는 3.4%와 0.5% 각각 증가하고 2인 가구(220만원), 3인 가구(307만5000원), 5인 이상 가구(415만6000원)는 0.8~1.0% 감소했다. 1인 가구는 전년보다 가정용품·가사서비스(16.7%), 4인 가구는 오락·문화(15.7%) 항목에 돈을 더 썼다. 2·3·5인 이상 가구는 교육과 관련해 지출을 줄였다.

    가구주 나이별 소비지출은 60세 이상은 186만원(2.7%), 40~49세는 319만3000원(0.8%)으로 전년보다 늘었지만, 39세 이하는 244만6000원(-2.3%), 50~59세는 289만9000원(-2.0%)으로 1년 전보다 줄었다.

    통계청은 소비지출이 준 것은 지난해 일자리 상황이 나빠져 가처분 소득이 줄고, 가구원 수도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1%쯤 증가하는 데 그친 가운데 가구소득의 3분의 2 이상이 근로소득이어서 지난해 최악의 고용상황이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의 여파로 노인·취약계층 일자리가 줄면서 가구 전체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덩달아 소비도 감소하는 역성장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