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지분 각각 44%, 28%… 연말까지 둘중 한 곳 지분 정리해야경쟁사 대비 저조한 영업성적, 불안한 재무구조 등 'IPO'도 어려워
  • ▲ 서울 종로구 소재 SK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종로구 소재 SK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SK디스커버리가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회사 SK신텍을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하는 등 SK그룹과 지분을 나눠가진 SK건설의 거취를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SK건설의 영업성적이나 재무성과가 IPO(기업공개)를 할 수 있을지조차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는 최근 100% 자회사 SK신텍을 7월1일 자로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SK신텍은 섬유 관련 자회사 투자 및 경영컨설팅을 하는 자회사로, 합병 비율은 1대 0이다.

    SK디스커버리 측은 "SK신텍이 섬유 등 전반적인 사업을 조율하는 회사로 지주사 출범 이후 별도로 역할을 두기보다는 합병을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역할이 중복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외에도 합병을 결정하게 된 다른 배경이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자회사간 지분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의 자회사인 SK신텍은 또 다른 자회사 SK가스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디스커버리는 해당 지분 관계를 지주사 전환 후 2년 내에 해소해야 했다.

    앞서 SK케미칼은 설립 48주년 만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SK디스커버리(존속회사), SK케미칼(사업회사)로 분할해 각각 자회사 관리와 화학·제약 사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 출범 이후 SK디스커버리 자회사는 △SK가스 △SK신텍 △SK플라즈마 △SK건설 등 4개였지만 SK신텍이 제외되면서 3개 자회사 차제로 변하게 됐다.

    SK디스커버리가 SK신텍을 흡수합병하며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면서 또 다른 지배구조상 문제인 SK건설의 거취도 화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계열 자회사 지분을 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SK건설은 SK그룹 지주사인 SK가 지분 44.5%를 보유하고 있고, SK디스커버리는 28.3%를 가진 2대 주주다. 따라서 올해 말까지 SK 또는 SK디스커버리의 지분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건설의 상장을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SK건설이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주관사 물 밑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형 증권사들은 SK건설의 상장 관련 입찰제안요청서(RFP) 발급이 임박했다고 보고 상장 주관을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IB사 고위 관계자는 "그룹 지분 정리 차원에서 SK건설도 IPO를 추진해야 하는 게 맞다"며 "현재 잠재 상장 추진 고객사 중 한 곳"이라고 말했다.

  • ▲ 자료사진. '인천 SK 스카이뷰' ⓒSK건설
    ▲ 자료사진. '인천 SK 스카이뷰' ⓒSK건설

    문제는 SK건설이다. 비상장 대형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영업성적을 기록했으며 재무안정성도 불안하다.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SK건설은 지난해 매출 7조5121억원, 영업이익 1757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전년대비 2.6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2.1%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3.08%에서 2.33%로 0.75%p 낮아졌다.

    비상장 대형건설 4개사 중 가장 낮은 영업이익과 이익률을 동시에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등 4개사의 평균 영업이익은 3618억원이며 영업이익률은 5.41%다. 반대로 이들 중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건축 및 플랜트 부문의 이익 창출에도 해외 토목·플랜트 프로젝트의 대규모 손실 인식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손실 발생 해외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공정률이 90% 후반대로 준공을 앞두고 있어 추가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수의 해외 사업장에서 설계변경, 지질조건 등에 따른 비경상적인 추가원가 투입 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발주처 리스크도 발생함에 따라 해외 원가율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저하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준공 전까지 원가율 조정이 이뤄진 해외공사 관련 추가원가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부진한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는 '동래 3차 SK VIEW', '포항두호 SK VIEW 푸르지오' 현장 관련 손실 발생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문제는 2013년과 2014년 연이은 대규모 손실로 자본 여력이 위축됨에 따라 악화된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비율은 287%로, 전년 260%에 비해 26.8%p 악화됐다. 4개사 중 유일하게 악화된 케이스다. 이 기간 4개사 평균 부채비율은 8.62% 개선된 148%를 기록했다. 대다수의 건설사들이 비관적인 중장기 전망에 일찌감치 내실을 다지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심화됐다. SK건설의 의존도는 62.6%로, 4개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4개사 평균이 24.9%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년대비 변동률 역시 SK건설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전년대비 변동률은 5.83%로, 롯데건설 8.37%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롯데의 경우 차입금(+33.9%)과 자본(+4.23%)이 같이 늘어났으나, SK건설은 자본이 줄어든(-4.79%) 가운데 차입금이 늘면서(+4.96%)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늘어나는 부채와 의존도 심화로 유동성도 저하됐다.

    4개사 중 가장 낮은 유동비율 117%를 기록했을 뿐더러 전년대비 변동률에서 유일하게 한 자릿수를 기록(+7.13%p)했다. 4개사 평균 유동비율은 153%이며 평균 변동률은 20.5%p다. 현대ENG 23.9%p, 롯데건설 23.5%p, 포스코건설 22.8%p 모두 20%p대 개선세를 기록했다.

    황덕규 실장은 "해외공사 등의 원가율 상승이나 민간개발사업 미수채권 및 우발채무 관련 추가 손실 발생 여부 등에 따른 급격한 재무구조의 변동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 관련 이슈도 지속될 전망이다. 인명 피해가 큰 대형 사고였던 데다 조사 결과 발표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SK건설이 시공에 참여하고 있는 본 프로젝트에서 지난해 보조 댐 상부가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라오스 정부 주도로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SK건설은 도급금액 및 예정원가 조정 외에도 복구공사 비용, 예상 지체상금(LD), 구호활동 비용 등을 지난해 결산시점에 기반영했고, 피해보상 등과 관련해 예상되는 추가 비용 560억원도 기타 충당부채로 계상했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 후 보험사고 유무 및 귀책사유 등을 감안해 공사보험에서 보상책임을 받을 것으로 보여 추가 손실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복구공사 추이와 함께 이번 사고가 SK건설의 신인도와 수주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