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장기화 우려하며 완화적 '비둘기 색' 드러내"금융안정은 금융당국이…디플레이션 발생 위험 有"
  • ▲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 시 가장 중요한 책무는 물가안정이다. 장시간 목표 수준을 큰 폭 하회하고 있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8일 한은 본관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제로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조동철 위원은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보다 효과적이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보유한 금융당국이 존재한다"며 "중장기적인 물가안정은 통화당국 이외에 감당할 수 있는 정책당국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모두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꼬집으면서도 금융안정은 금융당국에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한은 금통위원 중 통화완화 쪽을 선호하는 '비둘기파'의 대표적인 인물인 조 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지속해서 밑도는 저물가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동철 위원은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비대칭적으로 운용될 개연성이 높다"며 "기조적 물가(인플레이션)의 안정은 실물경기의 안정뿐만 아니라 우리경제가 축소 순환의 늪에 빠질 것을 경계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법 제1조에는 '물가안정'이 통화정책의 주된 목적이며, 금융안정은 보조적 목적으로 적시돼 있다. 목적 조항에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문구가 추가된 것은 2011년이다. 

    이후 2012년부터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은 7년 내내 목표 수준(3%)을 하회하고 있다. 올해 및 내년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위원은 "2012년 이후 한은은 통화정책을 설명하는 데 인플레이션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등과 같은 금융시장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타케팅이 요구하는 통화정책보다 긴축적인 기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목표 수준을 밑돈 것으로 본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 목표 수준과의 괴리 정도도 연 평균 1%포인트, 7년간 누적해 7%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2000~2011년까지 평균 인플레이션 2.96%과 목표 수준의 격차가 0.1%포인트 미만이었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0%대 물가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저물가 현상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에 예상치 못한 부정적 충격이 가해질 경우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금리 환경에서 금융시장이 수시로 불안정하면 금융안정을 고려한 통화정책이 보수적·비대칭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복귀시키기 어렵게 해 저금리 환경을 더 심화시키는 축소 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낮은 장기금리는 전통적인 금리정책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날렸다. 그는 "보통 기준금리가 0%와 장기금리 수준 사이에서 운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금리 하락은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