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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이 2015년 6월 KB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 깐깐한 리스크 관리를 받고 있다.
손보업계 상위사 중 유일한 은행계 보험사로서 자산건전성 등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대비를 충실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영업과 마케팅 일선에선 장기보험상품의 '연만기 전환' 전략을 펴면서 타사대비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들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보(구 LIG손해보험)는 KB금융 계열사가 된 이후 장기보험 영업 전략을 세(歲)만기에서 연(年)만기로 수정했다.
세만기 상품은 80세‧100세 등 나이를 기준으로, 연만기 보험은 10년‧15년‧20년 만기 등 기간을 기준으로 보장기간을 설정한다.
이 같은 전략은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자산부채관리(ALM)차원에서 실시됐다.
연만기 상품은 세만기 상품에 비해 보장기간이 짧아 부채듀레이션 관리에 이점이 있다. 때문에 KB손보는 보장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연만기 상품을 건강보험과 자녀보험, 치아보험 등에 적용해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KB손보의 연만기 장기보험 상품은 2016년 4개에서 2017년 8개 2018년 11개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KB손보 관계자는 "세만기는 100세까지 보장 할 경우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라 IFRS17 도입시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연만기보다 불리한 점이 있다"며 "반면 연만기는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줄일 수 있어 3년 전부터 연만기를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KB손보가 연만기 상품을 적극적으로 쏟아내던 시기 KB손보를 제외한 대형 손보사는 세만기 상품 판매에 집중했다. 세만기 상품은 보장기간이 길어 고객 모집에 유리하고, 보험료도 비싸 설계사들도 계약체결비용을 더 받을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KB손보의 영업과 마케팅 부문에서 타사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왔다.
그러는 사이 KB손보의 장기보장성보험 연만기 신계약 비중은 2016년 33.4%에서 17년 57.6%,18년 74.6%로 빠르게 불어났다.
현대해상의 경우 연만기 신계약 비중이 2016년 41%에서 2017년 47%, 2018년 59%인 것과 비교하면 KB손보의 연만기 비중 확대 폭이 훨씬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손보가 적극적인 연만기 전략을 펼치면서 영업 현장에선 경쟁력에 대한 반발이 나왔고, 이후 일부 보험사들도 연만기 상품을 내놓고는 있으나 여전히 KB손보가 주도적인 상황"이라며 "금융지주사 편입이후 리스크 관리측면에서 손보와 지주사간 효율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지주와 KB손보 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 보험권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은 자산운용에 따른 신용-시장 리스크가 RBC(지급여력)비율에 일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리스크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RBC비율에 반영될 예정이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리스크관리 규제를 받지 않고 있어 일부 보험사들이 퇴직연금 자산운용 기간을 3~4년씩 길게 운용, 금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KB손보는 신용-시장 리스크관리를 위해 자산운용 기간을 3.5년으로 제한하면서 수익률의 근본 배경인 금리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의 금융사 퇴직연금 수익률 비교공시를 보면 2018년 말 기준 KB손보의 퇴직연금 수익률 순위는 15위다. 경쟁사인 DB손보(3위), 현대해상(6위), 롯데손보(5위)보다 뒤떨어져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B손보 영업 현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퇴직연금 시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손보가 KB금융 편입이후 은행처럼 엄격한 리스크 통제를 받다보니 내부적으로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출신들이 KB손보 CRO(리스크관리본부장) 등 요직에 포진하면서 KB손보를 은행계 보험사로 전환시키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