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조현준 외 4인 횡령·배임 결심공판조현문 행방 여전히 묘연…검찰 측도 "연락안돼"재판 가장 큰 피해자는 '효성'…기업 이미지 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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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공판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발인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단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1년 간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에 따르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 외 4인에 대한 공판이 다음달 10일 결심만을 남겨두고 있다. 결심공판에서는 피고인 측의 최후변론과 검찰 구형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1년 간 이어져 온 재판에 끝이 보이지만, 이 사건을 고발한 조 전 부사장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재판 관계자들 모두가 공판 초기부터 조 전 부사장의 출석 여부에 주목했지만, 이제는 검찰 측까지 증인신문이 어렵다는 것을 시인할 정도로 출석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지난 공판 기일에서 판사는 고발인의 출석 여부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여기에 검찰 측은 "고발인과 연락이 안돼 현실적으로 (증인신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다만, 항소심을 고려해 조 전 부사장 관련 증거 신청은 철회하지 않기로 했다.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에도 조 전 부사장은 연락두절 상태였다. 이를 두고 재판부가 증인 철회 가능성을 물어봤으나 검찰 측은 일단 유지하기로 하고 연락을 계속해보기로 했다. 한 해가 지나고도 지금까지 똑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처음부터 출석할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법리적으로 고발인은 출석 의무가 없다. 그렇지만 고발인이 나오지 않으면 검찰은 유죄 입증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재판부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재판부가 조 전 부사장의 출석 여부를 자주 확인했던 것도 증언 확보를 통해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다. 특히 변호인 측이 이번 건을 조 전 부사장의 악의적 고발에 의해 불거진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검찰 측이 여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핵심 증인인 조 전 부사장의 증언이 필요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아버지인 조석래 명예회장과의 갈등으로 회사를 떠나면서 물려받은 7%의 효성 주식을 일반 기관 투자자에게 팔이 치웠고, 이후 고소와 고발을 이어왔다. 조 회장을 상대로 50건이 넘는 혐의를 고소했으나, 이 중에서 대부분이 무혐의 처리됐으며 기소된 건은 4건에 불과하다.

    변호인 측은 이번 건이 조 전 부사장의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을 조 회장이 고가로 매입하도록 하기 위해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등 홍보대행사와 손을 잡고 고발에 이른 불순한 배경의 건이라는 설명이다.

    변호인은 지난 4월 15일 공판에서 "제일 중요한 증인인 조 전 부사장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 "조 전 부사장이 피고인에 대한 공갈미수사건으로 기소돼 있는데, 이런 행위가 적절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7년 3월 말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을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조 전 부사장이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 등의 자문과 조언을 바탕으로 당시 조 회장을 협박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판도 지지부진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검찰 측은 조 전 부사장의 주변 증인들만 신문하면서 핵심 증언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내 새로운 사실이나 쟁점 없이 검찰과 변호인 측이 서로 같은 주장만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고발인이 재판에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고발인 증언으로 재판 진행에 있어서 유죄 입증이 수월해질 수 있다"면서 "판사가 이런저런 증거를 종합해서 판단하는데, 고발인이 나오지 않을 경우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발인이 나오지 않은 재판이 진행될수록 피해는 오롯이 효성에게 돌아갔다. 보통 기업 총수가 재판을 받게 되면, 회사 경영에 신경을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재판 출석 때문에 중요한 일정을 미루는 일도 다반사다.

    조 회장도 지난해 5월 31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적어도 2주에 한번씩은 재판에 출석해 하루종일 자리를 지켰다. 효성도 재판 예정일인 월요일에는 다른 행사를 잡지 않았고, 직원들도 재판장이나 회사 내에서 공판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효성은 지난해 6월 경영 효율성을 향상시키고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사인 효성과 화학부문 효성화학, 중공업·건설부문 효성중공업, 섬유·무역부문 효성티앤씨, 산업자재부문 효성첨단소재 등 4개의 사업회사로 분할했다.

    재계에선 효성이 지주사 전환으로 새 출발을 알렸지만, 불필요한 재판이 이어지면서 회사 이미지만 실추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창 사업 투자 계획을 세울 시기에 피고발인인 조 회장이 재판에 시간을 허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재판을 하게 되면 총수가 경영에 매진하기 힘들어진다"면서 "고발인이 재판에 한 번도 나오지 않으면서 피고발인만 시간을 허비하고 회사 전체가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