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주주총회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위한 물적분할 결정노조 주주총회장 나흘째 점거, 사흘 연속 전면파업 돌입정치권, 노조에 가세하면서 갈등 고조…기업 자율성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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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인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결정할 임시 주주총회가 노사 갈등으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정치권과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면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현대중공업 노조와  연대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정치권과 지역 시민·사회 단체들까지 노조 입장을 지지하면서 울산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조의 강경 투쟁에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위한 절차인 물적분할을 결정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해 그룹 내 조선사(社) 4곳을 거느릴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에 본격 착수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총 개최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노조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나흘째 점거하고, 사흘 연속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에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최로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가 한마음 회관 앞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노조는 회사가 법인 분할하면 자산은 중간지주회사에, 부채는 신설 현대중공업에 몰리게 돼 구조조정과 근로관계 악화, 지역 경제 침체 우려가 있다며 주총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와 대우조선해양 노조 등이 연대 투쟁을 선포하면서 투쟁 세력도 확장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9일 긴급성명을 내고 "주주총회장 점거 농성에 공권력 행사나 용역업체 동원을 통한 해산 시도가 있으면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전 조합원 총파업 후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합원 등이 합류하면, 이날 결의대회에 5000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경찰병력 투입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 

    ◆정치권까지 노조 파업에 가세…기업 자율성 해친다는 지적 나와

    노조 연대 투쟁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에 울산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권과 시민단체들까지 뜻을 같이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이후 신설되는 한국조선해양 본사 이전 논란을 두고 사측과 맞서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광역시의회 의장은 전날 오후 4시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시민 총궐기 대회를 열고 삭발식을 거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 각계 대표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송 시장은 "현대중공업은 반세기를 함께한 울산을 외면하지 말고, 본사 울산 존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정치권까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기를 들자 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기업이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결정한 경영적 판단인데도, 정치권이 도가 지나친 간섭으로 이를 저지하면서 기업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조선업 전체로 봤을 때도 이들이 반대 주장이 힘을 얻기란 무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 조선업의 장기간 불황으로 대형 업체들은 물론 중소조선사와 기자재업체들도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다. 세계 1~2위 조선소인 두 조선소가 합쳐질 경우, 어려운 조선소를 지원할 여력이 생긴다. 이로 인해 침체됐던 울산·거제 등의 지역 경제도 살아날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경영적 판단으로 내린 결정에 노조는 물론 정치권까지 반기를 들면서 현대중공업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내일 있을 임시 주총까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측 "예정대로 주총 개최"… 안건 통과 가능성 높아 

    현대중공업 측은 예정대로 한마음 회관에서 임시 주총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임시주총장을 점거하고 있어 주총장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장소 변경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관계자 말이다.

    우선 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 통과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방향 등을 정하는 수탁자전문위는 지난 29일 회의를 열고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물적분할 안건은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현대중공업 우호 지분이 40%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지분 9.35%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도 물전분할에 찬성하면서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아진 것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현재까지 경찰에 한마음회관 시설물보호와 조합원 퇴거를 3차례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노사 충돌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15개 중대 1400명가량을 농성장 주변에 배치한 상태지만 당장 강제해산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이미 2주 전에 공지를 했기 때문에 노조의 점거에도 주총은 한마음 회관에서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주주들도 대부분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하고 있어 주총만 진행된다면, 안건 통과는 수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