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한류 콘텐츠 게임 산업 휘청...국내외 규제로 시름최대 수출국 중국 빗장 2년째 굳건...중국산 게임 침공 가속화
  • "57%." 지난해 한국의 전체 콘텐츠 수출에서 게임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케이팝(K-POP)으로 대표되는 음악 산업에 비해 8배 이상 큰 수치다. 이처럼 한류의 원동력이자 수출 효자종목으로 꼽히는 게임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셧다운제와 온라인 PC게임 월결제한도 등 국내 규제는 여전하며 중국 게임 시장의 빗장은 풀릴 기미가 안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라는 초유의 사태도 맞이한 상황이다. '3중고에' 직면한 한국 플레이어들이 벼랑끝에 내몰린 사이에 중국을 필두로 한 외산 게임들은 국내 안방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 게임 시장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대응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
    ◆ 韓 게임 시장 성장 한 자릿수로 추락...3N 게임사 침체의 늪 장기화 조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2017년 13조 1423억원, 2018년 13조 9904억원, 2019년 14조 534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까지 연평균 20% 매출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 게임 시장은 2018년부터 6% 아래로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도 감소 추세다. 한국은 2017년 기준으로 전체 게임시장 매출 점유율 4위(6.2%)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14.1%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PC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미국에 밀려났으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뒤쳐지면서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

    연매출 6조원 시대를 열었던 국내 대표 게임사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의 초라한 실적이 우울한 게임 시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2조 5296억원을 기록했지만, 12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거뒀다. 넷마블도 매출 2조 213억원, 영업이익 241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6%, 52.6% 줄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이 2.4% 감소한 1조 7151억원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게임 업계의 맏형들도 내몰리는 상황에서 중견 게임 업체들의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다. 해외에서 승승 장구했던 컴투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4818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줄었고, 게임빌은 10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같은 기간 위메이드는 3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웹젠의 영업이익도 62% 감소했다. 이들에 비해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들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나가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아직 한국에서는 게임을 미래산업이나 4차산업혁명의 꽃이 아닌 애들 푼돈 따먹는 오락실로 보고 있다"며 "정부는 게임을 마약과 동류로 보는 질병코드 도입을 비롯해 셧다운제, 결제 금액 상한선 등 후진적인 정책을 당장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中 게임 국내 안방 침공 드라이브...2년째 굳게 닫힌 최대 수출국

    규제에 막힌 한국 게임사의 고충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중국 대형 게임사들은 국내 게임 시장의 문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다. 텐센트 등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이들은 국내 주요게임 업체의 지분을 보유하고,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이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매출 100위 안에 있는 중국 게임은 20개에서 35개로 증가했다. 또한 전체 매출에서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6년 18%에서 2018년 22%로 증가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 구글 플레이에 출시된 중국산 모바일 게임은 136개로, 이들 게임의 연간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036억 위안(약 34조 4328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체 게임 시장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로, 잠재수요가 가장 높은 시장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한령 이전인 2016년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액은 1조 2950억원대로 전체 중화권 수출(3조 5000억원)의 37%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 여파로 우리나라 게임은 2년 넘게 중국의 문턱에 진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판호(版號)' 발급 중단을 꼽을 수 있다. 판호란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으로,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급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드 배치 이후인 2017년 3월부터 중국 정부로부터 단 한건의 판호를 획득하지 못했다.

    특히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조차 판호를 발급받지 못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레볼루션)'을 비롯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등 국내 흥행작들의 판호는 전무한 상태다. 펍지주식회사의 인기 PC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역시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와 일찌감치 손을 잡았지만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들에게 판호 발급이 이뤄질리 만무했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면서 실적에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게임사들의 판호 발급이 늦어지면서 최대 수출 시장을 놓치는 동시에, 현지 서비스 운영이 중단될 경우 그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