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디플레이션 우려 없다"20여년 만에 최저… 저성장-저물가 우려 확산체감물가 괴리 여전
  • ▲ 석유·채소 가격 하락과 서비스요금 상승률 둔화 등 영향으로 1년 전과 비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4일 공개한 '2019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를 기록해 5개월 연속 0%대 저물가 행진이 이어졌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의 채소매장.
ⓒ연합뉴스
    ▲ 석유·채소 가격 하락과 서비스요금 상승률 둔화 등 영향으로 1년 전과 비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4일 공개한 '2019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를 기록해 5개월 연속 0%대 저물가 행진이 이어졌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의 채소매장. ⓒ연합뉴스

    올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 기록하며 5개월 연속 0%대 저물가 행진이 계속됐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폭 축소와 국제유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전달보다는 0.1% 올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19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7% 상승했다. 채솟값과 수산물이 각각 9.9%, 1.3% 하락해 전체 물가는 끌어내렸다. 

    여기에 집세와 공공서비스 등 서비스물가 상승폭은 1999년 12월 0.1% 상승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7% 하락했다. 전체 물가를 0.08%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다. 유가는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지난해보다는 낮은 수준이어서 작년 동기 대비로 보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다.

    한편 올해 1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2~11월 10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이후 최장이다. 
      
    저물가의 원인은 서비스물가 상승폭 축소로 분석된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0.8%상승했고, 신선식품지수도 전년동월대비 2.1%하락했다. 채소류 물가 하락은 식품물가 하락세로 이어졌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석유류 가격이 하락했고 내수 부진과 무상교육 확대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기록한것이 저물가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유류세 인하 폭 축소와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월보다는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 ▲ 2018년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3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엥겔계수는 2000년 13.9% 이후 17년 만에 최고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료품 등을 고르는 모습. ⓒ연합뉴스
    ▲ 2018년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3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엥겔계수는 2000년 13.9% 이후 17년 만에 최고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료품 등을 고르는 모습. ⓒ연합뉴스

    0%대 물가 상승률은 경기 불황을 암시하지만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노동비용 증가는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름철을 맞아 아이스크림, 음료, 햇반 등 주요 가공식품과 맥주 소주 등 주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롯데제과는 지난 4월 1일부터 편의점 전용 '월드콘'과 '설레임'(밀크) 등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다. 편의점에서 이들 제품 가격은 1천500원에서 1천800원으로 300원(20%) 올랐다.

    롯데제과는 "원부자재비, 인건비, 임대료 등 각종 제반 비용이 지속해서 올라 2014년 이후 5년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 제품 20종 가격도 지난달 평균 12.1% 올랐다.앞서 작년 하반기에는 해태제과가 '부라보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CJ제일제당 '햇반' 210g 제품도 1천650원에서 1천800원으로 150원(9.1%) 인상됐다.

    최근 5년간 아이스크림 주요 원재료인 원유와 탈지분유, 정백당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는데 빙과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핑계로 가격을 슬금슬금 올리는 모양새다. 

    주류업계의 가격 인상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맥주 1위 업체인 롯데주류의 4.9% 가격 인상에 이어 5월 소주 1위 업체 하이트진로가 6.45% 올리는 등 주류업계는 잇달아 주류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외식물가도 작년 4월 3.1% 오른 후 10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김밥(6.5%), 도시락(6.5%), 죽(6.4%), 치킨(5.9%), 떡볶이(5.7%), 갈비탕(5.5%)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들의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6위에 올랐다. 서울보다 비싼 도시는 1위가 싱가포르, 2위 파리, 취리히 4위 홍콩 5위 오슬로 정도였는데 물가 상위 지역은 대부분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2배 이상 높은 곳들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이 소득대비 가장 비싼 물가 지역이 된 '스태그플레이션'의 대표도시가 됐다고 지적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을 합친 말로 두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식료품은 농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수입들이 사실상 봉쇄된 것들이 너무 많다"면서 "예를들면 쌀이 과잉 생산되는데도 국제시세에 몇배 높은 가격에 사먹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