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글로벌 김치공장에 300억원 투자국내 생산 후 현지 시장서 판매 계획국내 점유율 미미… 종주국서도 주력 아닌 김치 수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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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의 김치수출 파격적 투자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 김치 시장을 선도해온 대상 종가집, CJ제일제당 비비고 등이 잇따라 수출에 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풀무원 역시 수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이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글로벌김치공장을 가동, 수출용 김치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번 공장설립을 위해 풀무원은 약 300억원을 투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풀무원은 그간 하청업체를 통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김치를 생산, 판매해 왔지만 이번 공장 설립으로 연간 1만톤의 김치를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풀무원의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연결 기준)은 미국 519억원, 중국 92억원, 일본 273억원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에 풀무원은 한국의 대표 식품인 김치를 내세워 해외 시장 확장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공장 설립을 발판삼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등 해외 유통망을 활용해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풀무원은 한국의 김치와 김장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1987년부터 김치박물관 '뮤지엄김치관'을 운영하며 30년간 김치 세계화에 힘을 쏟아왔다.
풀무원 김치박물관은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2017년 미국 글로벌 매거진 엘르데코(ELLE DECOR)는 '세계 최고의 음식박물관 12곳'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하우를 발판 삼아 김치 세계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포부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CEO는 "풀무원은 김치박물관을 30여년간 운영해 온 소명의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이번에 김치세계화라는 글로벌 도전에 나섰다"라며 "글로벌유통망을 통해 차별화된 한국 고유 김치를 글로벌 1위 김치로 성장시켜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풀무원의 '실험'이 통할지를 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김치 특성상 숙성 정도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 문제를 빚지 않을지도 변수다.
운송과 통관 등 거쳐야할 관문이 많은만큼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풀무원은 무선인식 기술을 도입해 재고관리까지 실시간으로 가능해 미국·중국·일본 등 각 수출국의 배송 시간을 고려해 최적 숙성도로 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풀무원은 국내 시장에서 두부, 나물, 계란, 면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김치의 경우 대상과 CJ가 선도하고 있는만큼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크게 밀린다.
종주국에서도 사업 기간에 비해 미미한 시장 점유율을 가진만큼 김치 세계화 실험이 무모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이유다.
국내 김치 시장 점유율은 1,2위 업체인 대상과 CJ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포장김치 시장점유율은 대상이 46.7%, CJ제일제당이 34.6%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동원F&B, 풀무원 등은 나머지 점유율을 조금씩 나눠가진 정도다. 풀무원의 김치 ‘찬마루’는 올 1분기 기준 소매점 매출액 순위 1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풀무원이 어느 정도 진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시장 역시 김치가 아닌 국내에서도 주력 상품인 두부로 공략했다.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이 김치 세계화에 쏟아왔던 시간과 노력은 확실히 인정해야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는 만큼 이번 투자가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많다"며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에 이미 진출한 대상, CJ 등에 이은 김치 수출 후발주자인만큼 풀무원이 넘어야할 산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