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8월 16일, 전체 휴일 지정해야"대리점 "고객사·소비자 불만은 누가 책임지나"업계 "상황따라 탄력운영 중… 기사도 공감 못할 듯"
  • ▲ 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 ⓒ 뉴데일리 DB
    ▲ 택배노조 김태완 위원장 ⓒ 뉴데일리 DB

    택배노조가 전국 기사가 일제히 휴일을 갖는 ‘택배 없는 날’을 제안했다. 노조는 광복절 다음날인 16일을 전체 휴일로 정해, 택배기사의 여름휴가를 보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15일부터 ‘택배 없는 날’ 제정과 관련해 대규모 기자회견을 갖는다. 회견은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 경기, 경남, 광주, 울산, 대구·경북지역 등에서 동시 진행한다.

    노조는 개인사업자라는 기사 신분상 휴가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휴가철 대체 기사와 차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해, 각 택배사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노조 측은 앞선 ‘택배기사 휴가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소형사인 KGB택배는 당해 8월 14일 접수분을 18일에 배송하기로 협의, 각 기사는 당초 근무일인 16일에 휴가를 가졌다.

    노조는 점유율 1위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관련 요구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00명 안팎의 조합원 중 80% 이상이 CJ에 소속돼있다.

  • ▲ 택배터미널 자료사진 ⓒ 정상윤 기자
    ▲ 택배터미널 자료사진 ⓒ 정상윤 기자

    현장은 싸늘한 반응이다. 통상 휴가는 같은 대리점 소속 기사 간 협의를 통해 순번대로 갖는 것이 보통이며, 일괄 휴가는 택배업 특성상 적용이 어렵다는 시각에서다. 노조가 제시한 KGB사례의 경우 대형사와는 전제 자체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택배 없는 날’이 현실화 될 경우 쇼핑몰 등 고객사와 소비자 불만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16일을 휴일로 정하면, 광복절 전날(14일)까지 접수된 물량은 일러야 3일 뒤(17일)에 배송된다. 전국에서 물량이 쌓이면, 배송 지연 등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익일 배송이 원칙인 식품 등 신선제품은 접수조차 불가능해진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여름휴가의 경우 같은 대리점 소속 기사 간 순번대로 돌아가며 빈자리를 메워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보통”이라며 “전체 기사가 휴가를 가진다면, 휴가 기간 동안 발생할 고객사와 소비자 불만은 누가 책임져야하냐”고 우려했다.

    이어 “노조에서 제시한 KGB택배의 경우 당시 점유율 3%의 소규모 업체로, 50%를 소화하는 CJ 등 대형사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면서 “현장에서도 관련한 고민을 지속해, 매년 초엔 본사·대리점·기사 간 협의를 통해 대체 휴무일 등 전체 휴일을 정한다. 경조사 등엔 본사에서 건당 배송료를 1.5배 지급해 동료 기사의 처리를 유도하는데, 휴가 자체가 어렵다는 주장은 무리”고 덧붙였다.

    막상 택배기사 차원의 공감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일별 개인 물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휴가를 갖는 현장 분위기 상,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기사 중 상당수가 배송 뿐 아니라 고객사를 대상으로 물량 영업을 진행하며, 그에 대한 책임과 수익을 중심으로 근무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업무 특성상 개인 스케줄에 따라 휴가를 정하는 게 대부분인데, 하루를 휴무로 정하자는 주장이 기사들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얻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