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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노사가 하계휴가 전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이어가는 가운데 사측 대표인 카젬 사장은 조기휴가를 떠났다. 이를 두고 노조가 몽니를 부리고 있어 향후 교섭의 난항이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며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17일 5차 단체교섭 참석을 마지막으로 18일부터 하계휴가를 떠났다. 카젬 사장은 휴가를 떠나기 전 최종 부사장에게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했다.
5차 교섭에서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 지부장은 이 중요한 시기에 사측 대표인 사장이 휴가를 가는 것에 대해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9일부터 하계휴가에 돌입하는 한국지엠은 금주까지 집중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27일 6차 교섭에 이어 오늘도 7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금주내 마무리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카젬 사장 또한 이러한 판단 아래 조기휴가를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설령 본인이 자리를 지키더라도 단기간에 극적인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없다고 본 것.
문제는 카젬 사장의 이런 결정이 향후 노조와의 협상 과정에서 불신을 키울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휴가를 떠나기 전 진행된 5차 단체교섭에서 임한택 지부장이 카젬 사장 면전에서 질타한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임단협을 시작하기 앞서 교섭장소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노조는 그동안 교섭을 벌였던 부평공장 복지회관동 건물내 회의실을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해당 장소에서 임원이 감금된 전례가 있다며 공장 외부 안전한 곳에서 열 것을 요구했다.
결국 중앙노동위원회가 새로운 장소를 선정해 조속한 시일 내에 성실히 교섭을 진행하라는 권고를 내리며, 노사 양측은 추가 협의를 통해 본관 앙코르룸을 교섭 장소로 정했다. 이에 따라 통상 5월말에 진행하던 상견례는 이달 9일에서야 처음 열렸다.
일각에서는 교섭 전부터 노조와의 갈등이 시작되며 카젬 사장의 피로도가 극도로 쌓였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카젬 사장이 교섭을 앞두고도 휴가를 떠난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지엠 내부에선 하계휴가 전부터 다수 임직원들이 연차소진을 위해 이른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소진하지 못한 연차를 쌓아왔던 한국지엠 임직원들은 변경된 사규에 따라 이달말까지 연차를 다 쓰지 않으면 소멸된다.
다수 임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으며 부평, 창원 등 생산공장의 가동률은 많이 낮아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을 보면 외국기업이라 그런지 확실히 기업문화가 다르다"면서 "판매 감소 등 외부에서 보는 위기감이 내부 직원들에게선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대라도 더 팔아야 하는 이런 상황에 카젬 사장과 다수 직원들이 휴가를 간 것 또한 한국지엠이니까 가능하지 않았겠냐"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협에서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