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중기부, '폐업지원대환대출', 규제·심사·총량에 막혀 수요 '증발'폐업 이후엔 소득 단절·심사 문턱↑… 차주는 접근 어렵고 은행은 규제 부담10조원 공급 선언했지만 실적 부진, 정부·은행·차주 모두 외면정책·수요 엇박자에 현장 혼선 가중 … 인센티브 실종한 정책 설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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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 소상공인의 기존 사업자대출을 장기·저금리 가계대출로 갈아타도록 설계된 '폐업지원대환대출(이하 폐업대환)'이 시행 1년을 앞두고 시장에서 사실상 외면받고 있다. 정책 취지상 폐업 안전망 역할을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기업대출을 가계부채로 전환하는 구조가 되면서 은행과 차주 모두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유령상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커진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5년 4월 도입된 폐업대환은 폐업했거나 폐업 예정인 소상공인의 기존 사업자대출을 최대 30년 분할, 연 3% 금리의 가계대출로 상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무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로 폐업 지원은 중기부가, 금융 전환은 금융위가 맡는 이중 구조다. 정부는 정책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소상공인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으며 총 10조원 규모 특별자금 공급을 다시 선언했다.

    문제는 제도 설계가 시장 현실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먼저 사업자가 폐업 신고를 하는 순간 법적으로 '기업'이 아닌 '개인'이 되기 때문에 기존 기업대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이때 은행은 일시 상환을 요구하게 되는데 폐업자 다수는 현금 흐름이 끊어진 상태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계대출 대환'이라는 우회로를 열었으나,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편입된다. 즉 은행 입장에선 부실 가능성이 높은 차주를 굳이 받아 가계대출 쿼터를 소모해야 하고, 차주는 정부 규제 환경 속 높은 금리와 심사 문턱을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역설이 생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억눌려 있는 가계대출 한도를 더 잠식하는 셈이어서 적극적으로 취급할 유인이 없다는 분위기다. 폐업대환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결국 가계부채총량에 포함되면서 은행 장부상 기업대출(-1)과 가계대출(+1)의 전환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 정부 정책상품인 만큼 거절하기도 어려운 특성에다가 별도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은 점은 실효성을 더 떨어뜨린다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 PB는 "가계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은 주담대·신용대출·전세대출과 동일한 한도 파이를 공유해야 한다"면서 "상생금융이라는 이름이지만 은행 입장에선 규제 영역을 옮겨 타는 셈"이라고 말했다.

    차주 측 부담도 가볍지 않다. 폐업대환이 설계된 이후 은행 시장금리는 빠르게 상승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4%대에서 최근 6%선까지 올랐고, 신용대출은 6~7%대가 일반적이다. 폐업자 입장에서는 '저금리 재기 금융'이라는 정책 홍보와 달리 체감은 결국 가계대출 절차와 동일하며, 금리·심사 등 기존 규제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오히려 폐업 이후 소득이 단절된 상태에서 대출 심사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지원 필요성이 높을수록 접근성이 떨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상황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폐업 대출이라고 해서 갔더니 심사단계에서 막혀서 그냥 폐업빚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해당 상품의 목표 대비 저조한 실적이 공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초 정책 발표 당시 금융위는 연체 전 대환을 통한 선재적 구조조정을 강조했지만, 실제 이용 건수는 정부가 통계를 공개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 은행권에서도 연간 몇 건 수준에 그친다는 증언이 나온다. 상생금융이라는 구호 속에 정작 정부·은행·차주 모두 체감이 없는 유령상품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폐업대환의 제도 설계의 결함을 지적하고 있다. 가계부채로 떠넘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파산·면책·채무조정 등과 연동된 실질적 재기 시스템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책이 현실과 괴리된 상태에서 혈세만 투입되는 구조를 경고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폐업대환은 결론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 저금리 혜택을 포기하고 고금리 사업자 대출로 재이동할 가능성이 있을 때 문제가 된다"라며 "이로 인해 전체 대출 구조가 불안해질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금융시장 연구원은 "정책 설계가 수요와 시장 구조를 반영하지 않으면 아무리 10조원을 얹어도 집행률은 제로에 가깝다"며 "예산이 투입되지만 실적은 보이지 않는 대표적 비효율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