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익, 전년比 절반목표주가-연간 실적 전망 '하향' 조정'산은 구조조정 자회사' KDB인베, 매각작업 속 노조 대립도
  • ▲ 대우건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소재 을지트윈타워. ⓒ대우건설
    ▲ 대우건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소재 을지트윈타워.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향후 전망도 어두워 기업가치 상승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KDB산업은행이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출범시키면서 본격화한 매각작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기에 반발이 심한 대우건설 노조와의 관계도 풀어야 한다. 첩첩산중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우건설은 매출액 2조2308억원, 영업이익 2003억원의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매출액(2조9639억원)은 24.7%, 영업이익(1617억원)은 37.0% 각각 감소한 수치다.

    특히 매출액의 경우 2018년 2분기(-4.82%)부터 △3분기(2조7285억원) 11.9% △4분기(2조2603억원) 22.4% △2019년 1분기(조309억원) 23.4% 등으로 전년대비 역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영업이익도 1분기 -45.8%(1617억→985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1분기 4.85%, 2분기 4.56%를 기록한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1%p, -0.89%p 떨어졌다.

    순이익도 1분기 494억원, 2분기 826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1분기 1114억원(-55.6%), 2분기 867억원(-4.72%)에 비해 줄어들었다.

    매출의 경우 지난해 분양일정 지연에 따른 주택·건축 부문 매출이 둔화된 영향이 컸고,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 302억원가량이 반영됐다.

    2분기 사우디아라비아 자잔에서 428억원이 환입됐음에도 카타르 이링 도로 현장에서 공사 중 장애물 발생과 우회도로 공사 관련 비용 600억원이 선반영되면서 추가원가가 발생했다. 또 사내복지기금 출연 60억원, 신사옥 이사비용 40억원, '푸르지오' 브랜드 리뉴얼 관련 30억원 등으로 130억원이 추가됐다.

    A투자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은 "경쟁사들이 전반적으로 매출 둔화에도 이익안정성을 갖춘 반면, 대우건설은 주택 매출 둔화로 이익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며 "해외 원가 변동이 주택 매출 감소폭 확대와 함께 실적 부진을 야기했다. 반복되는 일회성 손실이 실망스러운 요소"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반복되는 실적 실망감에 목표주가와 연간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증권가 보고서 분석 결과 대우건설의 목표주가는 5822원으로, 2분기 실적 발표 전 6144원보다 5.24% 낮아졌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도 종전 6287억원보다 10%가량 낮춘 5021억원으로 내다봤다. 매출액은 종전 예상치 8조7000억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영업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액(10조6054억원)은 17.5% 영업이익(6287억원)은 27.5% 각각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주택 매출 둔화로 하반기에도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연간 역성장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재무건정성도 여전히 불안하다. 부채비율은 경쟁사에 비해 높고, 순차입금도 많아 재무안정성이 문제가 있다.

    1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120%, 부채비율 311%, 차입금의존도는 98.8%로,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가 모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평균 137%, 125%, 24.6%에 못 미쳤다. 특히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10곳 중 가장 높았다.

    2분기 기준 유동비율(124%)과 부채비율(301%)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각각 14.3%p, 26.4%p 개선됐지만,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102%에서 105%로 3.92%p 악화됐다.

  • ▲ kDB산업은행 부행장 당시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 ⓒ연합뉴스
    ▲ kDB산업은행 부행장 당시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 ⓒ연합뉴스

    부진한 실적과 부정적 전망뿐만 아니라 노조 반발도 매각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노조 측은 분리매각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우건설의 구조조정을 맡은 KDB인베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또 외부인사 영입과 구조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를 쪼개서 매각하려 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며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하겠다는 이대현 KDB인베 대표(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의 취지에 찬성하지만 분리 매각할 경우 희망퇴직보다 더 대대적인 실업이 예상되는 만큼 KDB인베 측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산은은 지난달 KDB밸류제육호 유한회사가 소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약 1조3600억원)를 자회사 KDB인베에 넘겼다. KDB인베는 산은이 출자한 회사 가운데 구조조정이 필요한 회사의 지분을 받아 매각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대현 대표는 "올해 제일 중요한 추진 과제는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며 "매각일정을 잡지 않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매각계획이 없다는 것은 기존의 전통적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기업의 펀더멘탈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며 잠재 매수자가 원하는 내용과 형태로 기업을 만들어 가면 매수자가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리스크 관리 강화, 조직운용의 효율성 개선 등을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대우건설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이를 중심으로 발전가능성이 있고 잘 하는 분야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성과 중심, 부서 협업 등의 조직문화를 마련해 회사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발언으로 기대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자금회수 목적의 졸속매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성과 높은 부서 위주의 인력 구조조정과 낙하산 인사 투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건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업총괄(CTO), 조달본부장 등 핵심 3명을 교체하거나 새로 임명하기로 했다. 이미 CFO로는 현대기아차 출신의 정한기 전무가 5일부터 출근하기로 결정됐다. 이전 CFO인 김창환 전무는 새롭게 신사업추진본부를 꾸려 본부장으로 발령 났다.

    CTO는 이종철 KDB인베 본부장(전 산은 PE실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설득력 있게 돌고 있다. 이종철 본부장은 과거 PE실장 당시 대우건설의 기타비상무이사까지 겸임하면서 대우건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과거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대우건설 사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도 PE실장으로서 관여했고, 산은에서 CFO로 대우건설에 파견됐다가 후에 대표이사를 맡았던 송문선 사장 시절에도 대우건설 관련 업무를 관여하면서 대우건설 경영 전반을 경험한 대우건설 전문가다.

    여기에 조달본부장도 외부에서 곧 올 것으로 알려졌으며 KDB인베 측 핵심 팀장 2명이 인사기획팀장과 재무기획팀장으로 올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 경우 회사의 인사, 재무, 조달 등 관리의 3개 조직 모두를 KDB인베가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김우순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매각보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이 우선이라는 말에 공감하지만, 인력 구조조정과 낙하산 인사 파견 계획에는 반대한다"며 "KDB인베에서 파견키로 한 CFO 등 낙하산에 대해서는 출근저지 투쟁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0년 산은이 금융위기 여파로 대우건설이 M&A 매물로 나오자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했다. 이후 꾸준히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해 초에는 호반건설이 인수가격의 절반인 1조600억원에 매각하려했으나, 뒤늦게 발견된 해외사업 부실 등을 이유로 불발된 바 있다.

    최근 산은 자회사인 KDB인베가 산은 사모펀드로부터 사들인 대우건설 지분 50.75%는 약 1조3600억원으로 매입가 대비 반토막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