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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에 위협을 느낀 쌍용차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나선다. 10분기 연속 이어지는 적자를 더 방치할 경우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쌍용차는 몸집을 줄이고 체질을 개선하는 예병태식 처방을 통해 흑자구조로 탈바꿈하겠다는 각오다.
21일 쌍용차에 따르면 예병태 사장은 최근 임원 구조조정 대상자를 확정하고, 이들에게 보직에서 물러날 것을 조기 통보했다. 당초 내달로 계획했던 임원 감축을 이달 내 마무리짓기로 한 것.
구조조정 대상자인 임원 8명은 8월말 부로 해촉된다. 이와 동시에 임원 임금 10% 삭감도 이달부터 당장 시행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대상자에 우선 통보했으며, 이달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난다"며 "미중 무역분쟁 등 날로 악화되는 경영여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원을 대상으로 한 임금 10% 삭감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병태 사장은 흑자전환을 위한 체질 개선작업도 진행한다.
쌍용차는 지난 12일 전사 각 부문에 걸쳐 비상경영 TF팀을 발족했다. 비효율적인 원가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예 사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TF팀은 인건비, 생산구조 등 전 부문에 대한 효율성을 진단한 뒤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지난 18일 예병태 사장은 '임직원 여러분에 드리는 글'을 통해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예 사장은 "진통은 있겠지만 지금은 회사 '생존' 이외에 그 어느 것도 우선시 되는 것은 없다"며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생존을 위해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단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따라서 임원에 국한된 구조조정 및 임금 삭감이 향후 전 직원들에게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7월말 예병태 사장은 임직원 담화문을 발표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예 사장은 정기 임원인사 이전에 임원 10~20% 임원을 감원하고 급여 삭감을 시행하겠다"며 "이르면 9월 중 경영 정상화를 위한 선제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영 정상화 조치로 급여 삭감, 안식년제 등도 언급했다. 그는 "부분적 조직 개편을 시행하고 임직원 안식년제 등의 방안도 찾아보겠다"며 "급여 삭감도 추진해 비용을 과감히 줄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 쌍용차 영업손실은 7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분기 기준 적자는 지난 2016년 4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경영환경도 녹록치 않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갈등 등 대외 악재로 수출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내수에선 대표 모델 티볼리가 최근 출시된 기아차 셀토스에 소형 SUV 왕좌를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쌍용차에 따르면 티볼리의 지난 7월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한 3435대를 기록했다. 반면 셀토스는 출시 후 6일만에 3335대가 팔리며,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8월 판매 실적에서는 셀토스가 티볼리를 앞지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2011년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된 이후 가장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면서 "TF팀의 진단 결과에 따라 회사 전체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