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멕시코 현지 생산 비중 커'25%' 수입차 추가 관세 임박 … '초비상'트럼프 핵심 인사 만난 정의선 … 묘수 찾을까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예정대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일각에선 미국발 자동차 관세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끼치는 피해가 10조 원에 달하는 등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각)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타이완 반도체 기업 TSMC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오는 4일부터 예정대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펜타닐 마약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며 25% 관세와 관련해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또 각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과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적용하는 상호 관세를 4월 2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두 나라가 마약 단속을 위한 국경 안보 강화를 약속하자 한 달 유예 기간을 줬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에 대한 차단에 성공한다면 추가 유예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으나, 결국 예정대로 관세 부과 의지를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도 타격을 입게 됐다. 관세 부과로 멕시코 생산 차량의 미국 판매 가격이 상승하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을 둔 기아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들도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다. 해당 공장에서는 지난해 준중형 세단 'K4'를 비롯한 27만여 대의 차량을 생산했고, 이 중 62%가 미국에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만으로도 기아의 영업이익은 1조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도 몬테레이 공장 인근에 생산 기지를 두고 현대차·기아 북미 생산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관세 부과로 완성차 물량이 조정될 경우 모듈 생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산 관세 부과 외에도 자동차 관세도 추가로 예고했다는 점이다. 그는 자동차 관세 수준에 대해 "25% 정도 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미국발 자동차 관세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끼치는 피해가 10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지난해 347억 달러(약 50조 원)였던 대미자동차 연간 수출 감소액은 63억5778만 달러(약 9조15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장한익 IBK기업은행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대미 자동차 수출 호조와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1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정책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정 회장은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분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취임 때도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5%에서 25%로 확대하려 했다. 이에 정의선 회장(당시 부회장)이 미국 공장 설립과 투자를 약속하자 관세를 5%로 유지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주목된다. 정 회장은 앞서 메리 배라 GM 회장 겸 CEO와 미국 뉴욕에서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던 만큼 두 회사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네트워크 협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문의 실세인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과 2시간가량 골프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단순한 친교 활동을 넘어 미래 사업 전략과 직결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