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자동차 25% 고관세 예고완성차업체·1차 협력사 현지 생산 확대 고려현지 공장 없는 중소업체, 간접수출 감소 불가피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도 직간접 타격 예상
  • ▲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및 공장전경. ⓒ현대차
    ▲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및 공장전경. ⓒ현대차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완성차업체와 1차 협력사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 등 돌파구 모색에 나섰지만, 중소협력사는 그만한 투자 여력이 없어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만간 유럽연합(EU)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26일(현지시각) 밝히는 등 관세 전쟁이 확전하고 있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것들’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미국의 관세폭탄이 중국은 물론 동맹국에도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오는 4월 2일부터 미국의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업체는 예외가 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자동차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자동차 802만대 중 한국산은 154만대다. 멕시코(296만대)에 이어 우리나라가 미국에 자동차를 둘째로 많이 수출하는 나라에 올랐다. 1위인 멕시코가 미국 자동차 빅3(GM·포드·스텔란티스)와 일본 자동차 생산기지 역할에 머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사실상 1위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 물량 확대를 통한 현지와 미국 관세 영향이 없는 중국·인도 등에서의 생산량을 확충하는 등의 시장 다각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도 현지 공장 생산능력 확충을, 한국GM은 해외 공장 이전을 고심 중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업체 협력사도 같은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기아 조지아 공장 인근에는 현대모비스(모듈), HL만도(브레이크), 현대트랜시스(변속기·시트), 한온시스템(공기조화기) 등 1차 협력사 공장 30여개가 포진했다. 이들 부품사의 현지 공장으로 현대차·기아의 부품 현지화율은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와 1차 협력사들이 관세폭탄에 대응해 현지 설비투자 확대 등 생존방안을 찾는 사이 1차 협력사에 납품하는 2·3차 협력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 중소부품사 대다수는 한국에만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미국 현지에 새로운 생산 거점 마련하기엔 여력이 턱없이 부족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3년 자동차 부품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총 1만5239개사다. 1차 협력사(952개사)에서 2차 협력사(2577개사), 3차 협력사(9536개사) 등 피라미드 형태의 도급 형태로 구성돼 있어 2·3차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경영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 시 완성차업체와 1차 협력사의 현지화가 가속화하고, 중소부품사는 매출 감소에 의한 직격타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 공장을 둔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조달하지 않고 현지에서 새로운 협력사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완성차업체가 25% 관세를 감안하면서까지 국내에서 수출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은 작다”면서 “이들이 현지 생산을 늘린다면 부품사들의 간접수출 물량도 줄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25%의 관세는 수입 자동차뿐 아니라 철강·알루미늄에도 적용될 예정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직간접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조치 대상에는 총 290개 제품이 포함돼 있다.

    관세 대상은 차량용 에어컨부터 기타 모터(전기차 모터 등)의 부품, 산업 곳곳에 쓰이는 볼트와 너트 등 광범위하다. 자동차 부품 중에선 기타 범퍼·범퍼 부품·압연기·서스펜션 시스템 기타 부품·파워트레인 기타 부품 등 5개 품목이 포함됐는데, 모두 협력사들이 생산하는 품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포스코에서 철강을 공급받아 현지에서 생산하는 부품사는 (철강 관세 부과 시) 현지 공급사로 전환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 국내 철강사에서 철강을 조달하는 부품사는 고관세로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이는 협상력이 약한 협력사에 전가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