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책임 떠넘기는 주장에 피해자들 항의LG생활건강, 가습기살균제 원료 흡입독성 실험 안해
  • ▲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답변하는 옥시 박동석 대표ⓒ연합
    ▲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답변하는 옥시 박동석 대표ⓒ연합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28일 오전 9시30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정부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의견을 피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최대 피해자를 발생시킨 회사로 꼽힌 옥시레킷벤저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정부의 관리 부실로 돌린 것이다.

    특조위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된 전체 가습기살균제 약 980만개 중 옥시레킷벤저 제품이 540만개(55%)에 달한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공식 집계된 것만 1400여명, 피해자는 6500여명이다. 이 가운데 옥시레킷벤저 제품 피해신고자는 44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4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 판매했을 때나 1996년 옥시가 유사 제품을 내놨을 때 정부 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로 인한 폐 손상을 우려했을 때 옥시가 법적 절차를 방어하기보다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했더라면 2016년 옥시가 책임을 인정했을 때 SK케미칼이나 관련 제조업체들이 배상 책임을 했더라면 피해자의 고통은 현저히 줄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도 함께 자리한 방청석에서는 "국민 전체를 우롱하고 있다", "옥시 드디어 미친 것이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특조위는 옥시레킷벤키저와 함께 LG생활건강 관계자들을 상대로는 LG생활건강이 판매한 119 가습기 세균제거제의 원료인 염화벤잘코늄(BKC)의 안전성 검증 미흡에 대해 물었다.

    홍성칠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당시 제품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은 하지 않고 살균력을 우선 검토했다"고 지적했다. 

    특조위에 따르면현재까지 LG생활건강의 가습기살균제를 단독 사용해 관련 질환이 생긴 피해자로 공식 집계된 인원은 2명 뿐으로 알려졌다.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은 "흡입독성 실험은 하지 않았지만문헌 검토를 통해 제품화했다"고 전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이틀째 진상 규명 청문회에는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 박헌영 LG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편 전날 열린 청문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에 관여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대표급인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와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이 참석해 8년만에 처음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아울러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로 건강이 악화한 사람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한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전날 "현행법에는 건강피해 인정 범위를 규정해 놔 법에 적혀있지 않은 질환을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확인되고 다른 원인이 없이 건강이 악화됐다면 무조건 피해를 인정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을 통해 내달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