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위축-청약경쟁 등 상한제 '후폭풍' 우려7곳 견본주택 개관 첫 주말 약 18만명 찾아최대 10년 전매 금지 등 부담 작용… '세 자릿수' 경쟁률
  • ▲ '일루미스테이트' 견본주택. ⓒ현대건설
    ▲ '일루미스테이트' 견본주택. ⓒ현대건설

    "서울은 계속 로또분양이라고 하는데… 청약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청약가점이 불안하지만,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려 합니다." (서울 송파구 거주 김모씨)

    "앞으로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새 아파트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하고, 청약당첨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해서 더 늦기 전에 청약해보려고 합니다." (서울 서대문구 거주 박모씨)

    지난 주말 서울·수도권에서 문을 연 신규분양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문의전화도 빗발쳤다. 10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급이 줄어들고, 당첨가점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특히나 최근 서울시내에서 2년여 만에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의 등장으로 조바심은 더 커진 듯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8월30일) 서울·수도권에서 7개 단지 견본주택이 문을 열고, 개관 첫 주말 동안 총 18만명이 내방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거여·마천뉴타운 2-1구역 재개발)'에 3만7000여명이 몰렸으며 서대문구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홍제1구역 재건축)'에는 2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송파 롯데캐슬'의 경우 개관 첫날 문을 열기 2시간 전부터 관람객이 몰려와 긴 대기 줄이 형성됐다. 대기시간은 1시간 이상이었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당첨가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점이 낮은 30~40대 청약자가 대거 몰렸다.

    분양가는 전용 59㎡가 5억2300만~5억6500만원, 84㎡는 8억3500만~8억9700만원으로, 9억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대출이 가능하다.

    특히 주변 시세보다 3억원가량 저렴해 청약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같은 지구 내 첫 분양단지이자 내년 입주를 앞둔 인근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터를(거여2-2구역)' 전용 59㎡ 입주권이 최근 8억7000여만원에 거래됐다. '송파 롯데캐슬'은 이보다 최대 3억원이 저렴한 셈이다.

  • ▲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견본주택 내. ⓒ롯데건설
    ▲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견본주택 내. ⓒ롯데건설

    부천시 최대 규모 단지로 조성될 '일루미스테이트(계수·범박구역 재개발)' 견본주택도 개관 후 3일 만에 3만3000여명이 몰렸다.

    주말 동안 개관시간인 10시부터 폐관시간까지 계속해서 긴 줄이 이어졌으며 대기 줄이 너무 길다보니 오후 3시경 입장을 제한했을 정도라는 것이 현대건설 측 설명이다. 내부에 마련된 유닛 앞에도 긴 줄이 형성됐으며 견본주택 내 상담석과 대기석에도 빈틈없이 꽉 찼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수도권 비조정대상인 만큼 규제를 피해 투자수요까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단지는 수도권 비조정대상지역 내에서도 민간택지에 공급되는 만큼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짧다. 주택 보유수에 관계없이 1년 이상 청약통장 지역예치금 충족시 1순위 청약을 넣을 수 있으며 중도금대출도 가구당 2건까지 가능하다.

    5년 만에 사업을 재개하는 인천 연수구 송도 IBD의 신규 단지 '송도 더샵 프라임뷰(F20·25블록)'과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Ⅲ(E5블록)'에도 4만5000여명이 방문했으며 롯데건설과 SK건설이 함께 선보인 '철산역 롯데캐슬&SK뷰 클래스티지(광명시 철산주공7단지 재건축)'에는 2만5000여명, 경기 남양주시 'e편한세상 평내(평내2구역 재건축)'에는 1만5000여명이 각각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서울·수도권의 청약시장 쏠림현상은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표한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정부는 상한제를 시행하면 새 아파트 분양가가 더 내려가는 만큼 수요자가 여유를 갖고 내 집 마련의 때를 기다릴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정작 수요자들은 상한제로 분양가는 싸지겠지만, 그만큼 청약경쟁이 치열해지고 주택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 청약을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한제 관련 발표 이후 서울에서 첫 분양에 나선 동작구 사당3구역 재건축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의 경우 1순위 당해 청약경쟁률이 203대 1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세 자릿수 경쟁률이 나온 것은 2016년 10월 용산구 효창동 '롯데캐슬 센터포레(156대 1)' 이후 3년여만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실수요자들은 이미 새 아파트 경쟁력을 경험했고, 공급불안이 예상되는 가운데 심리가 움직였기 때문"이라며 "규제가 오기 전에 서두르자는 막차 효과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한제가 시행되면 저렴한 분양물건은 많아지겠지만, 청약가점 고점자들이 아껴뒀던 청약통장을 꺼내들기 시작하면서 당첨가점이 높아질 수 있다"며 "여기에 최대 10년간 전매가 금지되는 것도 크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서둘러 청약에 나서려는 수요들로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