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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담근 김치만 150만 포기"… 채영주 위니아딤채 연구원

17년차 베테랑, '김치 미생물' 전문가추가 기능 하나에 1~2년씩 꼬박 매달려야20년형 핵심 기능 '빙온숙성'… 고기 4000인분 굽고 먹고

입력 2019-09-06 09:36 | 수정 2019-09-06 11:03

▲ 채영주 위니아 발효미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1990년대 시장에 등장한 ‘딤채’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김장독을 땅에 묻는 문화가 남아있던 그때만 해도 김치냉장고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95년 첫 선을 보인 딤채는 출시 직후 강남 주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골칫거리였던 김장철 김치 보관을 아파트에서도 손쉽게 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김치냉장고의 핵심은 숙성과 발효 기능이다.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위니아딤채는 사업 초기부터 ‘김치 맛’을 강조했다. 제품 개발 단계였던 1993년부터 운영한 사내 발효미과학연구소(前 김치연구소)가 그 증거다.

설립 26주년을 맞은 위니아 발효연구소는 업계 최초, 최장수 김치 연구시설이다. 이 기간 동안 연구소에서 직접 담근 김치만 150만 포기에 달한다. 열대과일, 고기 숙성 등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쓰이는 식재료도 수백 킬로그램이다.

▲ 채영주 선임연구원 ⓒ 박성원 기자

지난 3일 발효미과학연구소 소속 채영주 선임연구원을 만났다. 미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 2002년 위니아딤채에 입사해 17년간 연구소에 몸담았다. 입사 계기는 대학원 시절 접한 김치 속 미생물 발효 연구였다. 현재까지 적용 중인 딤채의 각종 핵심 기능은 모두 채 연구원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최근 출시된 2020년형 딤채 핵심기능은 ‘빙온숙성’이다. 물이 얼기 직전 온도인 ‘빙결점’에서 고기를 숙성해 맛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기술로, 국내외 고급 레스토랑에서 주로 쓰인다. 채 연구원은 빙온숙성 구현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채영주 연구원은 “김치냉장고 다기능화 등 최근 시장 트랜드를 반영해 올해는 육류 중심의 빙온숙성 기능에 주력했다”면서 “소고기, 돼지고기에 특화된 기능으로 1년간의 실험 끝에 찾은 최적 온도를 제품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 지난달 말 출시된 신제품 2020년형 딤채 ⓒ 위니아딤채

기능 개발에 들어간 소·돼지고기만 총 800kg에 달한다. 4000인분(1인분 200g 기준)에 맞먹는 양이다. 일정한 두께로 자른 고기를 5~10일간 냉장고에 뒀다가 굽고 맛보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올해 딤채에 적용된 숙성 온도는 수백 번의 실험으로 찾아낸 최적값이다.

또 다른 핵심 기능인 ‘이유식용 채소 보관 모드’도 고생 끝에 얻었다. 잘게 썰어둔 채소를 수분손실 없이 보관하기 위한 조건을 찾느라 7개월을 투자했다. 실험에 쓸 채소를 일일이 다지느라 연구원 전체가 팔에 쥐가 났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채 연구원은 “일반 냉장고 보관 시 채소 속 수분 절반 이상이 며칠 안 돼 날아가지만, 딤채 보관 모드에선 7일 동안 수분이 유지된다”며 “이 기능은 최근 젊은 주부들이 채소를 한 번에 손질하고, 보관했다가 이유식에 쓴다는 소비자 의견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지난해 핵심 기능인 ‘묵은지 모드’다. 보통 묵은지 숙성엔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19년형 딤채의 경우 6주 만에 묵은지 맛을 내는 특화 숙성모드를 갖췄다. 채 연구원은 묵은지 기능 개발에 꼬박 2년을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채 연구원은 “실험실에서 숙성한 묵은지를 가지고 나가 수십 곳의 식당을 돌며 ‘이 김치가 몇 개월 묵은 것 같냐’며 평가를 받았다”면서 “직접 김치를 담는 묵은지 맛집 사장님을 확인하고, 찾아다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대부분 점포에선 ‘6주 만에 이런 맛을 내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까다로운 환경에서 낼 수 있는 묵은지 맛을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묵은지·고기 숙성과 같은 핵심 연구과제는 상품 개발·마케팅팀과의 교류를 바탕으로 정한다. 소비자 조사를 토대로 선호도가 높은 기능을 추리고, 구현 가능성을 따져 연구에 착수하는 구조다.

▲ 채영주 선임연구원 ⓒ 박성원 기자

때로는 소비자 입맛 변화에 따라 연구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김치 간을 세게 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슴슴한 맛을 선호해 주요 기능을 달리 구현하는 게 대표적 예다. 다기능 제품을 선호하는 최근 트랜드에 따라, 김치 외 타 식자재와 관련한 연구 비중도 부쩍 늘었다.

채 연구원은 “요즘엔 김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 보관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입사 초기만 해도 연구의 80~90%가 김치에 쏠려있었지만, 요즘은 일반 식재료 관련 연구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채 연구원은 앞으로 김치냉장고가 다양한 기능을 갖춘 ‘멀티가전’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초 출시된 사물인터넷 딤채를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IoT 딤채는 제품 전면에 LCD 모니터가 달려있어 인기 메뉴 조리법, 날씨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채 연구원은 “최근 김치냉장고는 일반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겸해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 가전으로 변모하는 추세”라며 “국내 식문화 변화 등 시장 환경에 맞춘 다양한 제품의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앞으로도 김치 문화 계승에 대한 사명감을 바탕으로 연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eejin@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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