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정비 주기 미준수·기록 누락… 관제업무도 안전보다 수송 우선시철도공단, 시설 인수인계 지연·늑장 하자보수… 교통안전공단, 점검 소홀감사원 '철도안전 관리실태' 감사결과 발표… 4개 분야 38건 지적조직·인력 적정성 문제 손 안 대… 진단·분석 국토부에 공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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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사고와 관련해선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의 철도시설 인수인계가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관리체계를 검사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감사원이 철도안전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전관리·시설·차량·안전관리체계 등 4개 분야에서 38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오송역 KTX 단전장애와 강릉선 KTX 탈선 등 철도 사고가 잇따르자 국토부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해 이뤄졌다.
철도차량의 경우 감사원은 코레일이 2014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KTX 모터블록이 고장났음에도 이를 정비하지 않은 채 운행한 사례가 888건이라고 지적했다. 차량 일상검사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223건에 대해 검사주기를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KTX의 부품 중정비 주기를 어긴 사례도 적발됐다. 올해 1~3월 444개 부품이 중정비를 제때 받지 않은 채로 운행됐다.
차량 정비결과도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주요 고장 3만7644건 중 9.1%에 해당하는 3436건, 보완적 주요 고장 13만8128건 중 9.3%인 1만2914건의 정비기록이 빠져있었다.
코레일은 관제업무에 있어서도 부적정 사례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코레일이 안전보다 수송을 우선하거나 열차 지연시간을 멋대로 축소해왔다고 지적했다. 역 승강장에서의 관제업무는 국가사무여서 로컬관제원은 관제자격증명이 있는 직원만 할 수 있지만, 코레일은 자격자가 아니어도 일정 교육을 받으면 업무를 맡겨 부실 관제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철도안전법상 열차 내 설치하게 돼있는 영상기록장치(CCTV)도 대체수단으로 운전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면 설치하지 않아도 되게 시행규칙을 마련해 대부분 미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시설 분야에선 철도공단과 코레일의 시설 인수인계가 늦어지거나 인수거부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인수인계 기준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철도공단의 하자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제기됐다.
철도안전관리체계(SMS)를 점검·승인하는 교통안전공단은 정기검사 업무를 소홀히 한다고 질타를 받았다. 국토부도 교통안전공단에 대해 지도·감독이 미흡했다고 감사원은 꼬집었다.
오송역 전차선 단선장애와 관련해선 사고 발생 초기 대응이 미흡해 승객 불편이 가중됐다고 평가됐다.
감사원은 다만 철도안전과 관련한 인력·조직의 적정성에 대해선 판단을 미뤘다. 체계적인 진단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선에서 공을 국토부에 넘겼다. 민감한 핵심 사안에 대해선 손도 대지 않은 셈으로, 철도업계 일각에선 반쪽짜리 철도안전 감사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
국토부는 차량정비와 관련해 다음 달 시행하는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을 통해 점검실명제를 도입하고, 앞으로 철도차량 이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전 주기적 관리체계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철도시설 분야는 지난 3월 코레일과 철도공단이 공동으로 발족한 철도시설안전 합동혁신단을 통해 인수인계 관련 현안을 조속히 조정하기로 했다. 인수인계 시기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한다는 방침이다.
철도 관제는 먼저 철도안전감독관을 통해 관제운영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특별 점검하고, 관련 법을 고쳐 관제사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로컬관제사와 관련해선 관제자격제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철도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인력·조직 진단·분석과 관련해선 이미 시행 중인 △철도현장 안전관리시스템 개선방안 △철도안전관리 조직·인력 개선방안 등 2가지 연구용역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