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쟁 분리막 특허로 확산… 갈등의 골 깊어져도레이, 공동특허 자격… LG화학에 분리막 공급 SK이노베이션, 지난 2009년 도레이와 소송서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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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전기차 배터리 분쟁이 핵심 소재인 분리막으로 확산되며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 소재기업인 도레이가 LG화학의 우군으로 가세하며 SK이노베이션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전지사업 미국법인(SK Battery America)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에서 도레이 인더스트리도 공동 특허권자 자격으로 원고에 이름을 올렸다.

    LG화학은 지난 26일(현지시간) ITC에 2차전지 핵심소재 관련 특허를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소재,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하고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LG화학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분석한 결과, 해당 배터리가 당사의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특허는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 구조체를 형성해 성능저하 없이도 배터리 안정성을 강화한 기술로 도레이와 공동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도레이가 이번 소송에서 원고로 이름을 올린 이유다. 

    도레이는 지난 2017년 LG화학이 중국 업체 ATL과 진행한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원고로 참여하기도 했다. LG화학은 분리막 사업에서 수익성 강화 일환으로 2015년 SRS 관련 유휴설비 일부를 도레이에 매각, 제품을 일부 공급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도레이의 참여가 이번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LG화학과 도레이 모두 SK이노베이션과 분리막 소송을 진행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도레이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 시장 진출 초기 발목을 잡은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이 2004년 도레이, 아사이카세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습식 분리막을 개발하고 2006년 본격 사업을 전개해 나갈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3년간 이어지며 최종심까지 간 결과 2009년 5월 대법원이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됐다. 

    지난 2011년에는 LG화학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4년간 이어진 법적공방은 "LG화학의 기술이 차별성이 적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양사가 합의하며 종결됐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사업에 가속도를 냈고 현재는 도레이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분리막 특허 소송이 제기되면서 SK이노베이션은 강력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과거에 패소한 특허를 갖고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소송을 당한 뒤 반복적이고 명확하게 밝혀 온 바와 같이 모든 법적인 조치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LG화학은 지난 2014년 맺은 부제소 약속도 무시하고 자사를 공격하는 추가 소송의 자료로 쓰고 있다"며 "기업간 경쟁은 불가피 하겠지만 경쟁은 정정당당하게 할 때 의미가 있고, 경쟁 당사자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LG화학은 과거 한국에서 걸었던 특허와 권리 범위부터가 다른 별개의 특허라는 주장이다. 당시 합의서상 대상특허는 한국 특허고, 이번에 제소한 특허는 미국 특허라는 설명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 특허는 ITC 에서 ATL이라는 유명 전지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금지 소송에서도 사용돼 라이센스 계약 등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특허"라며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되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분쟁은 분리막 특허까지 확대되며 극한 대립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분쟁은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 양사가 대립각을 세우며 촉발됐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인력채용 과정에서 자사의 배터리 기술이 상당부분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미국 ITC 등에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한 데 이어, 5월 초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및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하고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비정상적인 채용행위를 통해 산업기밀 및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했다고 주장한다. 입사지원자들로부터 LG화학의 배터리 제조 기술 서술 및 수백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 유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2차전지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는 게 LG화학 측 주장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부당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오히려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반박한다. 인력 채용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뿐 이른바 빼오기 채용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인력 채용 부분에서는 LG화학의 인력이 유입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국내외 채용 경력사원 중 일부라는 입장이다. 빼오기 채용 등 주장은 전혀 근거 없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전격 회동하며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듯 했지만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