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등 전방위 압박에 '위축'계획대비 39%… 정비사업 수주도 '반토막'"사업기간 지연 속 건설사 부담 확대"
  • ▲ 서울 중랑구의 한 재개발 사업지. ⓒ성재용 기자
    ▲ 서울 중랑구의 한 재개발 사업지. ⓒ성재용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을 비롯한 정부의 부동산에 대한 전방위 압박으로 시장 공급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잇단 규제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만큼 분양물량도 계획의 절반도 채 못 한 상태이며 수주여건 역시 녹록치 않다. 여기에 사업기간만 지연되고 있어 건설사들의 부담만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올 들어 3분기까지 분양실적은 모두 6만3430가구로, 당초 계획 16만2397가구의 39.0%에 그쳤다.

    공급계획에 비해 분양실적이 가장 저조한 곳은 현대건설로, 분양 진도율이 17.1%에 그쳤다. 연초 1만6246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이달까지 9월까지 분양물량은 2788가구에 불과하다.

    송도 B2블록 주상복합(3076가구), 둔촌주공 재건축(953가구) 등 주요 단지의 공급 일정이 하반기로 몰렸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건설 측 설명이다. 하지만 상한제 확대 시행 여파로 둔촌주공 등이 아직 분양계획 일정을 잡지 못했다.

    다른 대형사들도 마찬가지다. 분양 진도율 기준 △HDC현대산업개발 21.8% △삼성물산 26.9% △SK건설 28.4% △현대엔지니어링 31.0% △GS건설 34.8% 등이 평균 39.0%를 하회하면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은 웃돌지만 △롯데건설 40.1% △대우건설 43.0% △포스코건설 48.0% 등도 계획대비 공급을 절반도 채 못 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대림산업의 경우 이례적으로 진도율이 98.1%에 달하는데, 이는 성남 중원구 등 비규제지역 분양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사업 진행에 문제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통제 강화와 지방 주택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부동산경기가 불확실해지자 건설사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7월 상한제 확대 적용을 예고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멈춰 건설사들의 관망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은 또 건설사들의 수주환경도 악화시키고 있다.

    대형사들의 3분기까지 누적 정비사업 수주액은 모두 5조59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조1736억원에 비해 38.9% 감소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을 제외한 대형사들은 전부 수주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다.

    현대건설의 경우 올 들어 1조5562억원을 수주하며 정비사업 수주실적 1위에 랭크됐다. 대형사 중 유일하게 누적수주액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7.79% 증가한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6654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 지난해에 비해 26.5% 증가하면서 대형사 중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 ▲ 서울 중구 한 재개발 사업지. ⓒ성재용 기자
    ▲ 서울 중구 한 재개발 사업지. ⓒ성재용 기자

    대림산업(9113억원)과 GS건설(7089억원)은 수주성적표 2·3위 자리에 위치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58.6%, 22.8%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밖에 △롯데건설(6607억원) -35.4% △포스코건설(5386억원) -54.3% △현대ENG(2106억원) -69.8% △HDC현산(3476억원) -70.4% 등도 지난해보다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건설업계에서는 상한제 확대 적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나아가 수주물량 감소까지 우려하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상한제 확대 적용 여파로 재개발을 비롯한 정비사업을 포기하는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며 "건설사 수주물량이 더 감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장 상황에 분양도, 수주도 안 되고 있는데다 주택사업 기간만 늘어지고 있다.

    전국 주택 인허가 대비 착공 실적 비중은 2014년 82.7%에서 지난해 55.9%까지 떨어졌다. 인허가 이후 착공과 분양을 미루는 사업장이 늘어난 것이다. 인허가 대비 착공 실적 비중은 주택 경기 상승기에 오르고 둔화기에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HDC현산 사장인 김대철 한국주택협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내년 사업계획을 잡기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주택사업 기간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건설사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B금융투자 건설 담당 연구원은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늘어난 금융비용이 건설사 부담으로 전이될 것"이라며 "더불어 기타 지역의 미분양 위험 확대와 이에 따른 현금흐름 둔화가 건설사의 중장기 사업 위험에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1일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발표한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에서 재건축·재개발·지역주택조합사업이 철거 중 단지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상한제가 시행된 뒤 6개월 내 입주자모집공고만 마치면 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상한제의 보완대책인 셈이다.

    여기에 김현미 장관이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상한제가 내년 4월까지 유예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사실상 그런 셈"이라고 답변하면서 '상한제 유예'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도 "상한제가 유용한 것도 있지만, 부작용도 없지 않다"며 "건설 경제와 관련해서는 물량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신중론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상한제 관련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면서 실제 적용시가나 지역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