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건수 26건 중 54% 차지… 중국 남경공장 생산 제품산업부 조사위, 화재원인 은폐 의혹… "어정쩡한 조사결과 도화선"LG화학 "결함 숨기거나 교체 회피 아냐… 사업주 부담 최소 및 적극적 대응"
  • ▲ 이훈 더물어민주당 의원 ⓒ 뉴데일리 DB
    ▲ 이훈 더물어민주당 의원 ⓒ 뉴데일리 DB
    정부가 잇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화재 사고와 관련 특정 시기에 생산한 LG화학의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대처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ESS 배터리 화재 사고로 민관합동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를 마쳤지만 화재가 연이어 발생해 기업과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6일 지적했다.

    이훈 의원이 배터리 사고의 원인과 정부 조사발표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SDI가 제조한 배터리 및 배터리 시스템의 경우 배터리보호시스템 내 DC지락 단락 장치(렉 퓨즈)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전원장치가 파손되고 전기적인 연결을 가능하도록 하는 전도체가 이탈해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렉 퓨즈는 과전압이나 과전류가 배터리 시스템에 유입될 때 화재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배터리 분제가 아닌 외적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삼성SDI는 렉퓨즈를 타 제품으로 전량 바꾸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LG화학 배터리 화재와 관련해서는 배터리 및 배터리보호 시스템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7년 8월부터 발생한 ESS 화재 사고는 총 26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LG화학 배터리의 화재사고 건수는 총 14건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는데 이와 관련된 제품이 모두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 동안 LG화학 중국 남경공장에서 만들어진 초기 물량이라는 주장이다. 2018년 이후 생산된 제품의 경우 단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삼성SDI의 경우 총 9건의 화재가 일어났지만 제품의 제조 일자는 특정 시기에 집중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의 배터리 제품 불량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다.

    조사위는 진상조사 당시 ESS 배터리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시스템 결함,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 체계 미흡, 운용환경관리 미흡, ESS 통합관리 체계 부재 등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이 의원은 사실상 배터리와 배터리 보호 시스템의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오히려 정부가 정확한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도록 주변 환경으로 분산시켰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9월 1일 발생한 충북 영동군 ‘다니엘영동태양광’ ESS화재는 LG화학 배터리 2017년 4분기 제조제품이 설치된 곳이었다. 화재원인 감식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법안전감정서를 통해 “배터리 모듈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2월17일에 발생한 충북 제천 화재와 올해 5월 4일에 발생한 경북 칠곡의 사고도 LG화학의 배터리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배터리 제조사가 자신들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발화가 PCS쪽에서 시작해 배터리 쪽으로 전도됐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지만 지금까지 증명된 바가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정부가 민관합동조사위 보고서를 입수해 검토한 결과에서도 배터리 쪽 문제점에 대해 지적된 사항을 공개했다. 

    우선 올해 1월 24일 개최된 민관합동조사위 4차 회의 결과보고서에서는 울산대성산업가스의 발화지점을 배터리 랙으로 지목했고, 3월 28일 열린 11차 회의에서는 LG화학의 중국 남경 배터리 제조공장 조사를 통해 초기 생산품의 불량률이 높았다는 점과 배터리 양극판 모서리 불일치, 음극판 모서리 접힘·눌림·들림, 배터리 노칭 불량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이뤄진 회의에서도 배터리 성능에 문제점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에서 화재 원인에 대한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주변 상황을 뒤섞고 중요도를 설정하지 않은 채 발표해 배터리 제조사에게 면죄부를 준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조사위에서 LG화학의 자발적 리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했다. 다만 이는 채택되지 않았고 조사위 활동결과 발표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특정 시기 생산된 LG화학의 배터리가 전국에 198개소나 더 있다"며 "지금이라도 자발적인 리콜을 진행하는 것이 당장의 손해보다 미래의 신뢰와 세계시장을 점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결과 발표는 배터리 결함으로 집중돼 지목된 결과를 올바르게 전달하지 않았다"며 "어정쩡한 사고조사 발표가 일을 키우는 도화선으로 작동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추가 피해가 없도록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원인 규명 활동은 정밀 실험 및 분석은 물론 설비에서 보다 가혹한 환경에서의 시험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제품 결함을 숨기거나 교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서 동일한 이슈가 없도록 하고 있다"며 "남경산 배터리를 포함한 사이트는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70%로 제한가동 중이며 손실 비용에 대해서는 당사가 부담해 사업주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인 규명 결과에 따라 필요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만약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더라도 교체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