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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 소재 '한남더힐' 전용 244㎡는 올해 1월 84억원에 거래되며 최고 거래가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에도 같은 면적이 81억원에 손바뀜되며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올해 다시 그 기록을 깬 것이다. 거래도 꾸준하다. 8월 말 기준 총 71건의 매물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내 1000가구 미만 아파트 가운데 최고 거래량이다.
최근 불안정성이 높아진 부동산시장에서 고급 아파트, 고급 오피스텔, 고급 레지던스 등 고가 부동산이 유례없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단지는 최고급 주거서비스와 함께 호텔 수준의 부대시설을 마련해 부동산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2030 '영 리치'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8일 직방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전국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은 5.3%로,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고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2018년 4분기~2019년 1분기 2% 미만에 그쳤으나, 올해 2분기부터 5% 이상으로 증가했다. 4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80% 이하로 줄어들면서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 증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이 4억원 이하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고가 아파트의 경우 2019년 2분기부터 10% 이상의 거래 비중을 차지하면서 크게 늘어났다. 지방은 여전히 4억원 이하 가격대에서 90% 이상의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고가 아파트는 서울이 2019년 2~3분기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18년 4분기와 2019년 1분기를 제외하고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 경기도가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서울-경기도에서 90% 이상이 거래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9억원 초과 고가아파트와 4억원 이하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2019년 1분기까지는 서울의 4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거래가 9억원 초과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2분기 4억원 이하 21.8%, 9억원 초과 31.1%로 역전됐다. 이 역시 실거래가 발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울의 고가 아파트 매매는 주로 강남3구에서 이뤄졌으나, 2018년부터는 강남3구 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3분기에는 강남3구의 고가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이 가장 낮은 48.1%로 줄어들었고, 한강변 지역은 44.2%로 비중이 증가했다. 이들 두 지역을 제외한 기타 지역도 7.8%의 비중으로, 고가 아파트 거래는 더 이상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실제 서울 분양시장에서 고급 부동산은 연일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트라움하우스가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선보인 '더라움 펜트하우스'는 10억원이 넘는 고급 오피스텔로 조성됐는데, 3개월 만에 모든 실의 계약이 완료됐다. 6월 마포구 일대에 공급된 '마포 리버뷰 나루하우스' 역시 고급 오피스텔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이어진 결과 2개월 만에 모든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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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주된 요인으로 젊은 부자들의 증가를 꼽았다. 가격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젊은 부자들이 부동산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동시에 편리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고급 부동산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젊은 부자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발표된 국세청 통계연보를 보면 2017년 종합부동산세를 낸 39세 이하 납세자 수는 2만3356명이다. 이는 전년대비 27.9%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전체 종부세 납부 인원 증가율 18.4%를 상회하는 수치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젊은 부자들이 부동산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과거처럼 부동산을 투자 개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나타낼 수 있는 상품으로 보는 경향이 더 크다"며 "특히 고급 부동산 거주는 상류층 진입이라는 인식이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고급 부동산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고급 부동산들이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주거서비스와 부대시설을 제공하면서 부동산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영 리치'들을 필두로 한 부유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월드타워 내 자리한 '시그니엘 레지던스'다. 이 단지는 특급호텔이 시설관리와 운영을 맡아 24시간 내내 도어맨, 컨시어지, 룸서비스 같은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십억원의 분양가에도 배우 조인성, 가수 시아준수, 배우 클라라 등 유명 연예인과 젊은 벤처 사업가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 '한남더힐'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단지는 최고급 주거서비스와 함께 호텔 수준의 부대시설을 마련해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2층 규모의 별동으로 지어진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에는 테라피스트의 상담 및 케어를 통해 1대 1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또 웰빙 스파와 수중 헬스시설인 아쿠아장이 갖춰진 수영장, 클럽하우스, 피트니스센터, 남녀 사우나 등이 마련됐다. 게다가 호텔 같은 게스트룸과 연회시설 및 간단한 비즈니스 시설을 갖춘 파티룸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급 오피스텔 '더라움 펜트하우스'도 입주민에게 조식부터 석식까지 제공하는 푸드 케어를 비롯해 집을 정리해주는 하우스키핑 서비스,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단지 내에 인피니티 풀과 사우나를 마련해 입주민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권일 팀장은 "영 리치를 중심으로 하는 고급 부동산의 주 수요층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나 더 많은 서비스와 부대시설을 제공받는가를 중요시 여기는 편"이라며 "때문에 이러한 수요층을 잡기 위한 고급 부동산의 서비스와 시설은 더욱 다양해지고 고급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특히나 고급 부동산은 다른 사치품과 달리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지속되거나 오히려 더 높아지는 경향도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아 한동안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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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하반기 분양시장에도 영 리치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고급 부동산이 속속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는 10월 KCC건설이 '오시리아 스위첸 마티에'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하 2층~지상 26층, 5개동, 전용 74·82㎡ 총 800실 규모의 레지던스로 조성된다.
단지는 한화호텔&리조트 및 한화에스테이트와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고 목적별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식이 컨설팅 등을 갖춘 '헬스케어 피트니스'와 필라테스, 요가, 명상 등으로 구성한 '웰니스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도 선보인다. 또 조식 서비스, 컨시어지, 홈 케어 서비스, 홈 클리닝, 차량관리 등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는 같은 달 고급 주거상품 '르피에드'가 공급될 계획이다. 국내 최초의 피에드아테르(도심 속 별장) 주거상품으로, 총 262실 규모다. 수영장, 루프탑, 테라스 등을 조성하고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프리미엄 오피스텔로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는 유림개발이 다음 달 '펜트힐 논현' 분양을 앞두고 있다. 럭셔리 팬트하우스를 콘셉트로, 도시형생활주택 131가구와 오피스텔 27실 규모로 조성된다. 룸클리닝, 발렛파킹 등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가 제공되며 클럽하우스, 피트니스, 수영장 등 하이엔드 커뮤니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